[실버타운 2.0] (31) 2019년 퇴짜 맞았던 분양형 실버타운 법안···공빠TV와 분석해보니

6년 뒤에도 같은 이유로 무산 복지부 “운영책임 불명확” 반복 정부 법 개정 약속 →착수 무소식

2025-06-20     김현우 기자
2019년 퇴짜 맞았던 분양형 실버타운 법안이 2024년에도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복지부는 운영 책임 불명확성을 들어 법 개정을 미루고 있으며, 시장과 업계는 혼란을 겪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지난해 제도 도입을 공식 발표했던 ‘분양형 실버타운’이 1년 가까이 아무런 입법 진전 없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여성경제신문이 2019년 같은 이유로 폐기됐던 과거 법안을 중심으로 당시와 현재의 구조적 한계를 실버타운 전문가와 함께 다시 짚어봤다.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발의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은 △분양형 복지주택 총량 규제 △무자격자 분양시 형사처벌 △자녀 동반 입주 허용 등 보완 장치를 포함해 노인 주거 선택권 확대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당시 보건복지부는 해당 법안에 대해 “분양형 구조는 건설사가 운영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없다”고 판단해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 통과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안은 이후 논의 테이블에서 사라졌다.

실버타운 전문 유튜브 채널 ‘공빠TV’를 운영 중인 문성택 대표는 2019년 법안의 쟁점에 대해 “책임 주체의 부재가 쟁점"이라고 봤다. 이어 "실제로 과거 분양형 실버타운 중 일부는 초기 분양 수익을 확보한 뒤 시설을 방치하거나 운영에서 손을 뗐다”고 했다.

문 대표는 “건설사는 분양만 하고 떠나버리고 입주자는 고령층인데 민원을 낼 곳도 없고 피해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며 “이런 구조가 반복되자 제도가 폐지될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정부는 같은 논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당시 법안이 운영 주체의 책임 강화를 어떻게 설계했는지를 따져보면 지금 법 개정을 다시 논의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약 2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노인 복지 전문 유튜브 채널 '공빠TV' /유튜브

정부는 2024년 7월 ‘초고령사회 대응’을 명분으로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분양형 실버타운 시범 도입 방침을 발표했다. 복지부도 같은 해 하반기 내 노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관련 법안은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여전히 정책 환경을 검토 중”이라며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현행 노인복지법 제33조는 ‘노인복지주택은 자격자에게 임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양형 모델을 도입하려면 해당 조항을 개정하거나, 시행령 수준에서 새로운 모델을 별도로 정의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과거 무자격자 입주·불법 양도·광고 과장 등의 문제를 이유로 분양 개념 자체를 배제해왔다.

실제 분양형 실버타운 제도는 1997년 도입됐다가 2015년 노인복지법 시행령에서 ‘분양 또는 임대’라는 표현이 ‘임대’로 바뀌며 사실상 폐지됐다. 이후 제도 재도입 시도는 2019년과 2024년, 두 차례 있었지만 모두 복지부의 반대와 입법 지연으로 좌초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국 노인복지주택 및 고령자복지주택은 1만2962가구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1000명당 약 1.3가구 수준이다. 수도권 중산층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분양형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존재한다. 2023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알투코리아가 수도권 55~79세 3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68.1%가 “서울·수도권 내 시니어주택에 입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문성택 대표는 “단순한 분양형 회귀가 아닌 혼합형이나 책임 분양 구조로 나아가는 게 합리적 대안”이라고 했다. 그는 “일정 비율의 지분을 운영사가 직접 보유하도록 하면 최소한 관리 책임은 명확해진다”며 “그 비율과 구조는 시행령에서 구체화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지금처럼 법 개정도 안 되고 정책 발표만 반복되면 업계와 수요자 모두 불확실성만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분양형 실버타운 도입 지연과 정책 혼선을 짚기 위한 정책 토론회가 오는 6월 30일 오전 9시부터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주최하고 여성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 자리에는 문성택 공빠TV 대표를 비롯해 박광재 한국주거학회장, 김덕원 스마트리빙협의회장, 최민아 LH토지주택연구원 센터장 등 현장 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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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