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뭘 해도 비난 받는다···청년에게 필요한 건 '왜'라는 질문
손쉬운 품성론 속 비난 내면화 실패하면 노력의 가치 없어져
'욕만 하지 말고 안타깝게 생각해 주세요'
'우리 캥거루들 부모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구나'
캥거루족에 관한 뉴스에 달린 상반된 두 댓글이다. 하나는 공감이고 하나는 비난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청년 문제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청년들을 향한 우려는 반복해서 등장한다. 지난 3월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동월 대비 6만1000명 증가한 5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쉬었음 인구가 50만 명을 넘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청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멈춰 있다. 청년들이 나약해서 그런 것이라는 의견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기성세대는 말한다. 자신들은 더 가난한 시대에 더 열악한 조건에서도 공부하고 일하고 가족을 먹여 살렸다고. 그에 비하면 지금 청년 세대는 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니 현재 상황은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정말 오늘의 청년들은 부모보다 나약한가? '환경이 좋아졌는데도 감사할 줄 모른다', '오냐오냐 키워서 그렇다'라는 식의 말은 청년 개인의 품성 문제로 책임을 돌린다. 그러나 어떤 집단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쉬운 비난 방식이 바로 '그들은 원래 그렇다'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그 배경을 들여다보고 구조를 따져보는 건 어렵고 불편하며 때론 기득권에 책임을 묻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품성 중심의 시각이 위험한 이유는 결국 모든 책임을 청년에게 돌리게 만든다는 데 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시선을 청년 본인들도 내면화한다는 점이다. 청년에 대한 비난은 뉴스, 면접, 주변 관계를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SNS는 이 과정을 가속한다. 청년들은 자신보다 나은 사람들의 삶을 손쉽게 접하고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비교하게 된다. 갈라치기 콘텐츠는 불쾌해도 끝내 보게 되고 그 감정은 곧 '나는 왜 저만큼 못 하지'라는 자기 비난으로 돌아온다.
오늘날 청년들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대기업이나 전문직이 아닌 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겪어도 호소할 수 없다. 노동 환경이 좋지 못하고 저임금에 힘들어해도 결국 노력해서 좋은 회사를 가지 못한 자신의 탓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직을 하면 중소기업이나 공장에는 사람이 부족한데 요즘 청년들은 눈만 높아서 일도 안 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선망받는 대기업이나 전문직은 본래부터 극소수에게만 돌아가는 자리다. 한국의 전체 일자리에서 종사자 수 250명 이상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14%에 불과하다. 여기에 출발선의 차이, 자산 격차 같은 구조적 불평등까지 겹친다.
독립 문제도 다르지 않다. 노동소득만으로는 집 한 채 구하기도 어렵다는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독립한 채로 돈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부모님과 같이 살면 바로 캥거루족이라는 눈초리를 피할 수 없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좁고 험난하다. 그러나 그 길을 벗어나면 비난이 기다린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실패하면 '노력이 부족했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노력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풍토다. 이런 사회에서 누가 기꺼이 계속 노력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질문이다. 청년들을 비난할 게 아니라 그들에게 '왜'라고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청년들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괜찮은지, 정말로 원하는 삶은 무엇이었는지를.
질문이 시작될 때 이해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우리 사회가 실패를 어떻게 대하고 노력과 보상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