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로드] (10) 재생에너지 키우는 사우디···여신으로 움직이는 韓 금융
사우디, 탄소중립 앞세워 수십억 달러 투자 한국 기업, 지정학 장벽 속 수주 경쟁 돌파 국내 에너지 전환, 입지·사업구조 등 과제
사우디아라비아가 에너지 전환과 산업 구조 다변화를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기업의 수주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사우디 정부는 국제입찰을 통해 다수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발주했고 한국전력공사는 국내 기업 최초로 해당 사업을 수주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본 사업에 대해 2억2500만 달러 규모의 금융을 지원하며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 기반을 확보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
19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2025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는 사우디 수출유망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반 태양광 패널 등 소모품은 중국산 대비 가격경쟁력이 낮은 만큼 에너지 관리 솔루션이나 고기능 제품 중심의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전력 생산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 아래 ‘Saudi Green Initiative’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20GW 규모의 신규 태양광·풍력 발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사우디 전력조달공사(SPPC)는 독립 법인화 이후 국제입찰을 통한 사업자 선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도 함께 확대되는 양상이다.
수출입은행은 한전이 사우디 사다위(Sadawi) 지역에서 수주한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 2억2500만 달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지원한다. 수은은 국제입찰 초기 단계부터 여신의향서를 발급하며 수주 경쟁에 실질적인 금융 지원을 제공했다.
이 사업은 총 11억 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여의도 면적의 14배(약 39.6㎢)에 달하는 사막 부지에 태양광 패널 약 370만장이 설치된다. 설비용량은 2000MW로 원전 2기 분량에 해당하며 연간 발전량은 약 6000GWh로 부산시 가정용 연간 전력 소비량(약 5500GWh)을 웃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 아래, 총 4개 사업 3700M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국제입찰 방식으로 발주했다. 이 중 사다위 프로젝트는 단일 사업 기준 가장 큰 규모로, 한전은 국내 기업 최초로 사우디 태양광발전사업을 수주했다.
수은은 입찰 초기에 4개 프로젝트 모두에 대해 여신의향서(LOI)를 발급하며 금융 지원 의지를 명확히 했다. LOI는 국제입찰에서 필수 서류로 간주되며 발주처는 입찰자의 금융조달 역량을 평가할 때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수은의 조기 대응은 한전이 글로벌 경쟁사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 수은 관계자는 “향후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우리 기업의 후속 재생에너지 사업 수주를 적극 지원해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공공 주도로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다양한 제약 요인이 맞물려 전환 속도가 더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사우디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광활한 사막지형 등 지정학적으로 대규모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반면 국내는 땅이 좁고 주민 수용성, 환경 규제 등으로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별로 인허가 기준이 달라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많고 한전 본사는 국내에서 직접 발전 사업에 나설 수 없는 구조”라며 “실질적으로는 자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시장 집중도가 높아질 경우,가격 결정력이나 정책 대응 여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공공 부문이 일정 비율을 담당하지 않으면 향후 가격 결정이나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 정책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