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전쟁 고조···한국 핵추진잠수함 보유 국제협력 방향은?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NPT 위반이나 핵확산과는 무관" "한미일 공동개발·운용 컨소시엄을"

2025-06-18     이상무 기자
미국 잠수함 전문가 H.I. 서튼이 그린 한국형 핵잠수함 상상도 /세종정책브리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인 현재 중동에서 핵 시설을 타격하는 전쟁이 고조되면서 한국에서도 핵추진잠수함 보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8일 피터 워드 연구위원과 공동으로 작성한 세종정책브리프를 통해 "한국은 현재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건조하고 수출까지 추진할 정도로 잠수함 개발 역량이 성장했다"며 "이제는 한국정부도 호주나 브라질처럼 핵잠수함 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핵추진잠수함은 농축 우라늄을 동력원으로 사용하지 무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핵비확산조약(NPT)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그것이 ‘핵무장’ 잠수함은 아니므로 핵확산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조선(造船)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과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핵잠 건조 분야에서 미국이 한국과 협력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미일이 핵잠수함의 공동 개발 및 운용을 위한 3자 컨소시엄을 구성해 핵잠수함을 공동으로 개발 및 운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이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어, 한국이 북한의 핵잠수함 위협을 견제하고, 일본이 중국의 핵잠수함 위협을 견제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이익에도 부합한다"며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핵잠 건조와 협력을 거부할 경우 프랑스 및 인도와의 협력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은 프랑스의 핵잠수함처럼 저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잠 건조를 추진한다"며 "그러므로 한국은 미국보다 프랑스의 핵잠수함 운용 경험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인도가 한국과의 방산협력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한국과 인도 간에 방산뿐만 아니라 핵잠 건조를 위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문근식, “핵추진잠수함의 필요성과 확보 방안,” 한국핵안보전략학회 편,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1』(서울: 블루앤노트, 2025 발간 예정) 참조 /세종정책브리프

이날 세종정책브리프에 따르면 북한은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전략핵잠수함(SSBN) 개발 의지를 천명하고, 2025년 3월에 SSBN 선체(船體) 건조 장면을 공개함으로서 핵잠수함(핵잠) 개발에서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에게 SSBN 개발은 매우 고난도 과제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의 북한군 파병에 대한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SSBN에 탑재할 소형 원자로 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다면 SSBN 보유는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2025년 3월에 공개한 전략핵잠수함 건조 사진을 보면 사람 대비 선체 크기, 받침목 수량 등을 고려할 때 5000~1만t급 규모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전략핵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여러 척의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고, 핵잠 건조에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의제에 이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정부는 핵추진잠수함을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해 1990년대부터 극비리에 건조를 추진했다. 김영삼 정부는 원자력연구소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협력해 2008년 3000t급 핵추진잠수함 9척을 건조해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시기까지도 한국의 잠수함 인프라는 외국이 설계한 디젤 잠수함 도면을 가져다 건조 기술을 이전받아 겨우 건조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핵잠수함의 선체(船體) 설계가 큰 걸림돌이 됐다.

한편 조선업 분야에서의 미국의 경쟁력 추락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1975년에만 해도 세계 1위 상선 제조국이었던 미국이 2023년에는 세계 19위로 추락할 정도로 미국의 조선업은 심각하게 쇠퇴했다.

핵추진잠수함의 건조 및 유지·보수에 있어 문제점이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정비 중이거나 정비를 기다리며 운용되지 못하는 공격형 핵잠수함(SSN)의 비율이 2018년 이후 30%를 초과한 상태로 상승했으며 그 수준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핵잠수함 전력 태세를 고려할 때, 북한의 전략핵잠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전해진다. 서태평양에 배치된 미 핵잠수함 가운데 한반도와 비교적 가까운 괌에 주둔한 것은 3척에 불과하다.

미국 해군력이 전 세계적으로 특히 동아시아에서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재정 상황과 상대적으로도 이미 약화된 해군 전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