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하의 알고리듬] "바뀐 탑, 뒤집힌 운명"···MSI 티켓의 주인은 결국 'T1'

2025 LCK MSI 최종전 T1, 3:0로 완승 전문가 14명 중 12명 한화 승리 예측 도란의 슈퍼플레이 POM 주인공 등극 '큰 경기의 T1' 다음 정거장은 밴쿠버

2025-06-18     김성하 기자
T1이 한화생명e스포츠를 3 대 0으로 완파하며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LCK

"넥서스가 파괴되면서 T1이 4연속 MSI 진출권을 갖게 됩니다. 이번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또다시 엄청난 업적을 세워냅니다. 총 7회의 MSI 진출,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8번째 진출이 완성됐습니다. 이 마지막 '로드 투 MSI' 무대를 T1의 붉은 파도로 물들었습니다. 다음 정거장은 밴쿠버입니다."

T1이 한화생명e스포츠를 3 대 0으로 완파하며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경기 전 분위기는 한화생명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전문가 14명 중 12명이 한화의 승리를 예측했고 그럴 만한 근거도 충분했다. T1은 한화생명을 상대로 최근 매치 전패를 기록 중이었으며 한화는 지난 12일 젠지와의 5세트 접전을 뚫고 올라온 '기세 좋은 팀'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예측을 비웃듯 세트 내내 T1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이를 뒤집으며 '대이변'을 창출했다. 

T1의 1세트는 마치 '협주곡' 연주 같았다. 각자 다른 다섯 사람이 플레이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든 움직임은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완벽했다. 바이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렐의 이니시에이팅은 그저 배경 소음에 불과했으며 미스포춘의 궁극기는 한타의 극적인 구도를 위한 연출 장치처럼 느껴졌다. 

3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말도 안 되는 명장면이 분 단위로 터져 나왔다. 모두가 한화생명의 우세를 점쳤던 경기를 첫판부터 반전의 흐름으로 뒤틀었고 그것만으로도 이날의 경기 흐름을 가져오기엔 충분했다.

T1 2세트 POST GAME 지표에서 도란 선수가 42.4K 딜량을 달성했다. /LCK 유튜브 캡처

2세트는 '도란의 쇼타임'이었다. 1세트가 티원의 파상공세로 밀어붙인 전방위 압박이었다면 2세트는 한화생명이 정신을 추스르며 팽팽한 초중반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도란(최현준) 선수는 '대황란'이라는 별명을 입증하듯 망설임 없이 적진으로 돌진했고 경기장을 자기 무대로 바꿔놓았다. 

케리아(류민석)의 뽀삐는 도란의 슈퍼플레이를 가능케 한 설계자였다. 가장 거슬리는 사이온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도 원딜은 안전하게 지켜졌고 암베사가 뛰어다닐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었다. T1의 기세를 꺾어야 했던 천하의 한화생명이 역으로 궁지에 몰리며 '큰 경기의 T1'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3세트는 T1이 완전히 정점을 찍은 순간이었다. 자야–라칸 듀오의 바텀은 초반부터 상대 하체를 송두리째 흔들었고 자야는 위협적으로 전장을 장악했으며 라칸은 여유롭게 꼬리를 흔들며 상대 멘탈을 갉아먹었다. 중심에는 늘 그렇듯 페이커(이상혁)가 있었다. 필요할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며 묵직한 한 방을 날렸고 도란은 전판과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진입으로 적 라인을 흔들었다. 오너(문현준)의 오브젝트 컨트롤까지 완벽히 더해지며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 났다.

T1은 한화생명 상대로 당했던 매치 7연패의 악몽을 이날 대표 선발전에서 완벽히 끊어냈다. /LCK 유튜브 캡처

T1은 한화생명 상대로 당했던 매치 7연패의 악몽을 이날 대표 선발전에서 완벽히 끊어냈다. POM(Player of the Match)은 당연히 도란의 차지였다. 이 승리로 T1은 4년 연속 MSI 무대를 밟는다.

올해 T1은 순탄치 않은 시즌을 보냈다. 3년간의 안정기를 지나 시즌 내내 크고 작은 흔들림이 있었다. 하지만 T1은 결정적인 순간에 언제나 강했다. '큰 경기의 T1'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유난히 길었던 이번 스플릿의 마지막 페이지를, T1은 자랑스럽게 장식했다.

이제 그들의 다음 정거장은 캐나다 밴쿠버다. 오는 6월 27일,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전 세계 강팀들이 맞붙는 2025 MSI 본선이 개막한다. 전 세계 5개 지역에서 모인 10개 팀 중 현재 LCK, LPL, LEC, LCS의 8개 팀이 출전 확정된 상태다. 그 중심에 다시 한번 T1이 섰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