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장난감에 오픈AI도 참전···'감정 완구' 블루오션이 뜬다

바비 인형·토마스 등에 생성형 AI 접목 中선 체스·코딩 교육형 AI 장난감 흥행 25~40세 성인 타깃 AI 반려로봇 등장 "착시효과 통한 감정 위안 얻을 수 있어"

2025-06-16     김성하 기자
미국 완구업체 마텔이 뉴욕에서 마련한 바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하는 행사에 등장한 인형들. /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장난감 산업과 결합하며 새로운 성장 시장이 열리고 있다. 어린이 장난감을 넘어 AI 반려동물 등 '키덜트' 수요까지 겨냥하며 소비 위축으로 침체된 업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1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세계 최대 장난감 제조사 마텔과 협력해 AI 기반 장난감과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올해 말 첫 AI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바비 인형과 토마스 기차 등 마텔 대표 캐릭터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물리·디지털 통합형 완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픈AI가 장난감 제조사와 맺은 첫 번째 라이선스 계약이다. 그동안 언론·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 온 오픈AI가 장난감 산업에 본격 진출하는 셈이다. 마텔은 이번 협업을 계기로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하고 AI 기술을 사업 전반에 통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침체한 장난감 시장의 회복 신호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자 지출이 줄어든 가운데 AI가 장난감에 접목되며 '경험형 완구'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아큐멘 리서치 앤 컨설팅에 따르면 글로벌 AI 장난감 시장은 2023년 약 127억 달러(약 17조원)에서 2032년까지 401억 달러(약 55조원)로 3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센스로봇 제품 사진. /바이두 캡처

AI 장난감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한발 앞서 있다. 올해 초 중국 센스로봇(SenseRobot)이 출시한 AI 체스 로봇은 체스는 물론 바둑까지 둘 수 있으며 2022년 고급 모델은 실제 그랜드마스터와의 경기에서도 경쟁력을 보였다. 해당 제품은 학습 기능을 갖춘 교육형 장난감으로 중국 학부모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현재까지 10만 대 이상 판매됐다. 현재 미국 유통 체인 코스트코와의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이 제품의 가격은 800달러(약 116만원) 수준으로 로봇 팔 제작비를 AI 기반 설계로 대체해 원가를 크게 낮췄다는 설명이다. 토미 탕 센스로봇 창업자는 "기존 방식으로 제작했다면 가격이 4만 달러(약 5800만원)까지 올랐겠지만 AI 기술 덕분에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 기업 웨일스봇(Whalesbot)은 3세 아동도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된 학습형 AI 로봇을 개발 중이다. 브릭 조립과 함께 코드 개념을 익히는 방식이며 가장 저렴한 제품은 약 40달러(약 5만8000원) 가격으로 형성됐다. 웨일스봇 애벗 류 부사장은 "다른 나라에도 AI 교육 로봇이 있지만 경쟁력과 스마트 하드웨어 측면에서 중국이 더 잘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멍유 스마트테크가 개발한 '로펫(ROPET)' 사진. /바이두 캡처

AI 장난감은 아동을 넘어 감정적 동반자를 원하는 성인 수요까지 겨냥하고 있다. 베이징 멍유 스마트테크가 개발한 '로펫(ROPET)'은 손바닥 크기의 AI 반려동물로 25~40세 성인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로펫은 움직이진 않지만 코에 내장된 스마트 카메라로 사람·음식·동물을 식별하고 반응하는 기능을 갖췄다. 감정 보조 기기로 유럽과 미국에서 1400대 한국·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8000대 이상이 판매됐다.

로펫은 '쓸모없는 부위가 없다'는 철학 아래 모든 부품이 기능적으로 설계돼 있다. 눈에는 전자 디스플레이가 내장돼 실제 동물처럼 깜빡이며 배고픔도 표현한다. 수백 가지 음식을 인식하며 사용자는 눈동자 색상과 표정도 개인 취양에 맞게 설정 가능하다. 또한 주인의 표정을 인식해 웃으면 하트 아이콘을 슬퍼 보이면 '아픈 척'을 하며 포옹을 요청하는 등 정서적 상호작용 기능도 탑재돼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AI 반려로봇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결국 현대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외로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라며 "처음에는 단순한 기계나 컴퓨터로 인식되더라도 장난감 형태의 AI를 실제로 사용해 보면 반려동물처럼 느껴지는 착시 효과를 통해 정서적 위안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