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따라 움직이는 韓 원화···연동성 커진 배경은
위안화 1% 내리면 원화도 평균 0.66% 변동 높은 동조화, 미달러화 공통 영향·경제 연계성 외환시장 거래관행 등 구조적 요인 복합적 작용
최근 원화가 위안화와 함께 움직이는 동조화 흐름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위안화 절하에 대한 원화의 민감도가 높아진 가운데 이를 둘러싼 시장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여전히 미국 달러가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위안화의 위상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정책이 꾸준히 추진돼 온 데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에 하나인 무디스가 지난달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달러화 신뢰가 흔들리면서 위안화의 존재감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위안화가 국제 금융시장 내에서 일정한 참조 기준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면서 원화 등 일부 통화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BOK이슈노트 :최근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배경 및 특징' 보고서에서는 “2023년 말 이후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식별됐다”며 “최근 시기는 위안화 향방에 따라 원화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축통화국을 제외한 33개국의 통화를 대상으로 위안화와의 동조화 정도를 비교한 결 원화의 동조화 계수는 0.31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장기 평균치(0.21)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짐이 한중 양국에 공동 부담으로 작용하며 최근 들어 동조화 계수는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높은 동조화의 배경에는 미달러화의 공통 영향, 양국 경제의 높은 연계성, 외환시장 거래관행 등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원화는 절상 국면보다 절하 국면에서 위안화와의 연동성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위안화가 1% 하락할 경우 원화는 평균 0.66% 변동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절상 구간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을 때 위안화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 커진다는 의미다.
또한 원·위안 동조화 국면은 평균 9개월 동안 지속되는 반면 탈동조화 국면은 1.5개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 외환시장은 단기 변동성보다 중장기적 연동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고서는 “지난 4월까지는 미·중 간 보호무역 보복조치가 격화되고 중국의 위안화 절하 대응 가능성도 대두되었으나 5월 들어서는 미·중 공동성명 발표 등에 따라 향후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보호무역주의와 관련돼 글로벌 교역여건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위안화 향방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따라서 원화-위안화의 동조화의 특징을 고려하여 향후 위안화의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위안화 연동 현상을 시장 구조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자유시장경제 관점에서는 반복된 무역 구조와 시장 메커니즘에 따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위안화가 강세면 원화도 강세, 약세면 약세를 보이는 흐름은 과거부터 반복돼온 자연스러운 시장 반응”이라며 “우리나라는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아 외환시장에서 중국 통화의 영향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에 따른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미국의 경계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며 “한국은 OECD 가입 이후 외환시장 자유화 규정을 수용한 국가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환율에 지속·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