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머스크의 불만이 시사하는 트럼프 정책의 문제점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테슬라 주가 추락과 보조금 축소에 분노 촉발 감세 추진하며 복지 예산엔 손 못 대는 트럼프 적자 확대 우려 속 관세에 기대는 위험한 균형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격렬한 설전을 벌이면서 지켜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했다. 두 사람은 작년부터 정치적 동지로서 누구보다 신뢰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동시에 머스크가 정치권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게 된 원인에 관해서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지금 머스크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린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당선을 전후해 승승장구했던 테슬라 주가는 최근 약세를 지속하며 6개월간 20% 넘게 하락했다. 주가 하락의 직격탄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였다.
테슬라의 주요 생산 거점인 중국에 대하여 트럼프는 50% 가까운 관세를 매기고 있다. 또한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대하여도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는 테슬라로서는 관련 부품을 수입해서 써야 한다. 당연히 관세 부과는 생산 비용을 높여 수익성을 갉아 먹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거리두기와 전기차 보조금 삭감도 테슬라에게는 악재다. 그간 소비자가 새로 전기차를 구매하면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7500 달러의 세액공제가 주어졌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철폐하려 한다.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세액공제도 마찬가지다.
머스크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감세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자 심한 실망감을 느낀 듯하다. 더불어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불철주야 일했던 공로가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좌절감도 한몫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각별한 신임을 바탕으로 DOGE를 이끌면서 정부 예산 2조 달러 감축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머스크는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며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CFPB)과 미국국제개발부(USAID) 등 정부 기관의 폐쇄를 추진했다. 그로 인해 사방에서 원성을 들어야 했지만 예산 감축 목표는 애초에 무리였다.
실제 2024 회계연도 미 연방정부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전체 예산 6조6000억 달러 가운데 임의로 조정이 가능한 재량예산(discretionary budget)은 1조7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를 전액 삭감해도 2조 달러에는 미치지 않는다.
더구나 그 가운데 8500억 달러는 '천조국' 미국의 근간을 지탱하는 국방예산이다. 쉽게 줄일 수 없는 부분이다. 나머지도 교육, 교통, 재향군인 관련 예산으로 삭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량예산을 제외한 4조6000억 달러의 예산에 손을 대야 한다.
우선 전체 예산의 14%를 차지하는 8700억 달러 상당의 국채 순이자 비용은 감축이 쉽지 않다. 국채의 원리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국가 부도 상황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실제 국채의 총이자 비용은 작년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연방정부는 그 자체로 상당 부분의 국채를 보유해 이자 수입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연방정부는 자신이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한 국채를 자신이 보유하고 있다. 실제 연방정부는 미국의 국채 34조8000억 달러 가운데 20%인 6조9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그 가운데 2조8000억 달러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지급을 위해 비축한 것이다. 기타 공무원과 군인연금 지급과 관련해 보유한 국채도 2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공적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지급 관련 국채의 규모도 4000억 달러다.
메디케어(Medicare)는 주로 은퇴하여 직장 건강보험을 가지기 어려운 고령층과 장애인을 위한 공적 의료보험이다. 1960년대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사회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과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메디케어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공적 의료보험을 늘리자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메디케어와 유사한 의료 관련 복지정책인 메디케이드(Medicaid)다. 메디케이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협력해 저소득층에 의료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유학생이나 이민자도 출산과 육아 등에 큰 혜택을 보았다. 보수층은 미국인에게 가야 할 돈이 불법 이민자에게 간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제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 대한 예산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2024년도 메디케어 예산은 1조 달러를 넘었고 메디케이드에도 5700억 달러 상당의 예산이 소요되었다. 전체 정부 예산의 20%를 넘는 규모다. 2030년까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관련 예산은 2조2000억 달러에 달해 전체 예산의 25%를 차지할 전망이다.
더불어 사회보장연금 관련 예산도 1조4000억 달러로 전체 예산의 20%를 넘어선다. 이렇게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예산만 3조 달러로 전체의 45%를 초과한다. 일론 머스크는 진정 연방정부 지출을 줄이고 싶다면 이들 3대 복지 예산에 칼을 대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화당도 저소득층과 이민자가 주된 수혜자인 메디케이드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민주당은 이에 대하여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메디케이드와 사회보장 연금에 대해서는 손대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메디케이드에 손을 대는 순간 고령층 투표자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보장 연금도 마찬가지다. 개혁의 칼날을 뽑는 순간 선거 패배를 감수해야 한다. 그 때문에 일론 머스크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 예산을 유지한 채로 감세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감세를 추진할 경우 정부의 세수가 크게 감소할 텐데 지출은 거의 줄이지 못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머스크도 이 점을 고려해 미국의 재정파탄을 우려한다고 직설적으로 트럼프를 공격했다.
트럼프는 곤혹한 처지에 몰렸지만 관세 부과를 통해 어느 정도 세수를 충당하고 감세로 경기가 부양되면 또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감세 이후에 재정적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관세는 세수 확충에 도움이 되겠지만 관세 부과로 인해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뛰어서 정부의 이자 부담이 오히려 커진다.
트럼프는 이를 감안해 연방준비제도(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하여 장기 국채금리가 하락한다는 보장이 없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향후 10년 간의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물가다. 지속적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행운이 온다면 트럼프의 관세정책도 힘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거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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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퍼먼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