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10일만에 삐걱···인사 검증 부실 일파만파
오광수 민정수석 15억 차명 대출 알선 낙마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정치자금·아들 의혹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폐지·국민추천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차명 부동산·대출 의혹이 불거진 오광수 민정수석의 사의를 13일 수용했다. 새 정부 들어 고위공직자가 낙마한 첫 사례로 임명 닷새 만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 수석이 어젯밤(12일) 이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다”며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두루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와 국정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발맞춰가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 수석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었던 2007년 지인 A씨 명의로 15억원의 차명 대출을 받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사장 재직 중이던 2012~2015년 아내가 보유한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같은 A씨에게 명의 신탁해 차명 관리했고 이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해당 의혹들은 A씨가 오 수석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판결문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오 수석은 “송구하고 부끄럽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거취 표명과는 거리를 뒀다. 당초 대통령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각료가 아닌 만큼 "낙마시킬 사안은 아니다"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공직기강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를 넘어 실정법 위반 논란으로 사안이 커지자 꼬리를 내렸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도 각종 논란이 발생했다. 그는 2018년 4월 11일과 23일에 강모 씨로부터 각각 2000만원씩 4000만원을 빌렸다. 이 돈의 대여 기간 만료일은 대여일로부터 5년 뒤인 지난 2023년 4월 11일과 23일이었으나 변제하지 않았다. 강씨는 2008년 불거진 김 후보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당시 자금을 제공한 3명 가운데 1명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후보자의 아들이 고교 시절 표절 예방 교육을 필수화하는 입법 활동을 한 적 있는데 실제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발의했고 김 후보자가 이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해 '아빠 찬스' 비판에 휩싸였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와 관련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나와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아드님 관련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그게 맞는다면 공분이 커지는 게 현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 철회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 검증 실패와 안일한 대응에 깊이 직접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인사 문제에 부정적 기류가 생겼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여당의 일원으로서 집권 초에 이런 문제가 불거져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다음번에는 좀 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들이 발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인사검증시스템 총체적 부실의 원인은 '밀실 인사'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해 윤석열 정부 당시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맡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폐지했다. 이후 장차관과 공공기관장 인사에 국민 추천을 반영해 인재 풀을 구성하는 ‘국민추천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주요 인사에 대한 인사검증을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내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돌린 것은 상호 교차 검증 기능을 마비시킨 셈이다. 대통령실이 견제 장치 없이 국민 추천제로 올라온 인사를 밀실에서만 검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실용주의 내각이라더니 진짜 능력만 보고 도덕성은 안 보겠다는 거면 국민 눈높이를 만만히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2022년 9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대해 "그동안 밀실에서 진행되던 인사 검증 업무를 부처의 통상 업무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국민추천을 명분으로 부실 검증의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것이다. 인기투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김어준 방송통신위원장처럼 극단적인 인사를 임명하려는 목적 아니냐”고 꼬집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