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롱대롱·미노스'로 레트로 입맛 저격···식품업계 '추억의 간식' 부활
소비자 요청에 과거 제품 재출시 중장년층 향수 자극·MZ에겐 신선함 "적은 비용으로 높은 관심과 화제성"
어린 시절 그 맛이 다시 찾아온다. 식품업계가 오랜 시간 단종됐던 ‘추억의 제품’을 속속 재출시하며 소비자들의 기억을 깨우고 있다. 추억의 간식과 음료, 과자를 다시 선보이며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고, MZ세대의 레트로 소비 트렌드까지 동시에 겨냥하는 모습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계가 여름 빙과 성수기를 맞아 추억의 아이스크림을 선보이는가 하면, 과거 인기 있었던 우유, 과자 등의 제품을 10여년 만에 재출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도 눈에 띈다.
롯데웰푸드는 추억의 아이스크림 '대롱대롱'과 '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 엄마의 실수(엄마의 실수)'를 재출시한다. 각각 '돌아온 대롱대롱', '돌아온 엄마의 실수'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며, 레트로 마케팅으로 다가오는 여름 빙과 성수기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대롱대롱은 1987년 롯데삼강(현 롯데웰푸드)이 출시한 떠먹는 형태의 과일맛 아이스크림이다. 시원 달콤한 맛과 더불어 과일처럼 생긴 용기가 특징으로 재미있는 모양으로 인기를 끌었다. 2010년경 단종 이후 꾸준한 재출시 요청이 있었으며, 특히 80~90년대 배경의 시대극에서 소품으로 등장할 때마다 온라인 상에서 대롱대롱을 추억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다수 포착되기도 했다. 최근 3년간 소셜 미디어 채널을 대상으로 한 내부 조사에서도 재출시를 희망하는 자사 빙과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나 재출시를 결정하게 됐다.
엄마의 실수는 2006년 선보였던 과일맛 아이스크림이다. 달콤한 우유 믹스에 과일 원물이 들어있어 한 번에 여러 과일맛을 즐길 수 있는 이색 아이스크림으로 인기를 끌었다. 2021년 단종된 후 이를 추억하는 소비자 반응이 온라인상에서 꾸준했다.
이번에 다시 선보인 ‘돌아온 대롱대롱’과 ‘돌아온 엄마의 실수’는 운영 당시의 배합을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설명이다. 돌아온 대롱대롱은 출시 당시의 오렌지맛으로 출시된다. 상큼한 오렌지맛과 더불어 대롱대롱 특유의 샤베트 식감도 살렸다. 돌아온 엄마의 실수는 달콤한 팥과 우유 믹스 바탕에 복숭아, 파인애플, 망고 등 큼직큼직한 과일 원물이 들어가 있어 아삭한 밀크 샤베트에 원물 그대로 씹히는 식감이다.
최근 롯데웰푸드는 소비자의 사랑에 화답하는 레트로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치토스 돌아온 체스터쿵’을 30여 년 만에 재출시했다. 체스터쿵은 치토스의 마스코트인 ‘체스터’ 캐릭터의 발바닥을 형상화한 재미있는 모양의 과자로 9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다. 지난 2년간 롯데웰푸드 홈페이지 및 포털사이트 등을 통한 재출시 요청이 200건이 넘는 등 소비자의 요청에 화답해 재출시를 진행하게 됐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요청에 힘입어 12년만에 추억의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지난 1월 재출시했다. 서울우유의 ‘미노스 바나나우유’는 1993년 출시 이후 ‘바나나우유의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하며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제품으로, 2012년 단종 이후에도 끊임없이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이어져왔다.
다시 돌아온 ‘미노스 바나나우유’는 국산 원유 함유량 86%에 바나나과즙이 더해져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특히 원유 함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신선하면서도 진한 우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90년대 디자인을 재해석해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PET 용기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새로움까지 더했다. 235㎖ 용량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라 휴대도 간편하다.
오리온은 ‘비틀즈’의 업그레이드 버전 ‘All New 비틀즈’를 선보였다. 1990년에 출시한 비틀즈는 다양한 과일 맛을 골라 먹는 재미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츄잉캔디다. 오리온은 지난해 6월을 끝으로 비틀즈 생산을 종료하고, 맛과 식감을 높이기 위한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공식 홈페이지와 SNS, 고객센터 등으로 비틀즈를 다시 출시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이어졌고, 올해 하반기에 출시 예정이었던 일정을 대폭 앞당겨 2월에 선보이게 됐다.
All New 비틀즈는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제품력을 한층 강화했다. 30년 넘게 축적해 온 오리온의 ‘캔디 개발 기술력’으로 한 알의 크기를 2배 가까이 키워 한 번에 두 알을 먹는 듯한 풍성함과 함께 한층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과일 과즙을 넣은 포도, 사과, 레몬 등 세 가지 맛을 골라 먹을 수 있다.
오리온은 앞서 ‘포카칩 스윗치즈맛’, ‘찍먹 오!감자 스윗칠리소스맛’, ‘태양의 맛 썬’, ‘치킨팝’ 등을 다시 선보이며 소비자 요청에 지속적으로 부응해왔다. 재출시 제품들은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며 변함없는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오비맥주는 60년대 ‘OB맥주’ 디자인의 레트로 제품을 한정판으로 선보인다. 이번 제품은 오비라거의 초창기 디자인을 복원한 것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OB맥주’ 브랜드의 정통성과 감성을 표현했다. 이번 한정판 ‘OB맥주’는 1948년 ‘동양맥주주식회사’(Oriental Brewery)로 상호를 변경한 이후 생산된 60년대 초기 패키지 디자인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로고 등 초창기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브랜드의 오랜 역사와 가치를 시각적으로 담아냈다. 100% 맥아로 양조한 ‘올 몰트’ 라거 맥주로 깊고 구수한 보리 향과 함께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4.6%이며, 330㎖ 캔 제품으로 한정 수량 생산돼 지난달부터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최근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과거 인기 제품을 재출시하는 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높은 관심과 화제성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라며 "특히 ‘추억의 맛’은 브랜드에 대한 감성적 충성도를 자극하고, 세대별 공감 마케팅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최근 유통업계와 식품업계 전반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