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와 무엇이 다를까···李 개헌안 정치적 의미는

4년 연임·결선투표제 도입·5.18정신 전문 삽입 "민주주의 발전 위한 것이라도 실현 가능해야"

2025-06-10     김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38년 전 국민은 대통령 직선제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고 '87년 체제'라는 헌정 질서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 그 체제는 다시 개정을 요구받고 있다. 6월 민주항쟁 38주년을 맞아 이재명 대통령의 개헌 구상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10일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제38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지도부가 나란히 참석했다.

6월 민주항쟁은 1987년 6월 10일부터 29일까지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정부 시위다. 국민은 '호헌 철폐'와 '직선제 개헌'을 요구했고 그 결과 제9차 개헌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다. 같은 해 12월 새 헌법에 따른 첫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며 이른바 '87년 체제'가 시작됐다.

제9차 개정 헌법은 대통령직선제를 비롯해 △대통령 5년 단임제 △국정감사권 부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삭제 △비상 조치권 폐지·긴급명령권 신설 △헌법재판소 설치 등을 포함해 절차적 정당성과 기본권 강화를 골자로 했다. 그러나 대통령 중심제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제왕적 권력 구조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었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최근 12.3 계엄 사태를 거치며 다시 주목받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헌정 질서 위기 상황이 벌어진 만큼 권력 분산과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대선 정국에서 개헌이 다시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 후보가 지난달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대선 전인 지난 5월 18일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등을 포함한 개헌안을 발표했다. 개헌안에는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제한, 계엄 선포 요건 강화, 감사원 이관, 수사기관과 주요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전체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줄이고 국회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 대통령의 개헌안의 경우 6월 민주항쟁과 계엄이라는 정치적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지만 4년 연임, 결선투표제 도입, 5.18정신 전문 삽입 등이 있다"라며 "사실 수십 년 만의 변화이기에 진보된 것이라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의 개헌안이 민주주의 제도 설계의 진전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제도적이든 문화적이든 중앙집중화된 권력은 (정파를 떠나) 견제받아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자칫하다간 의희 독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도 개헌 논의는 수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돼 왔기 때문이다. 최 평론가는 "제도적으로 정당한 제도라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면 의미가 없다"라며 "반대로 정치적인 현실에서 늘 그렇게 해온 제도라도 정당성이 없으면 폐기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또는 2028년 총선을 계기로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6일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말씀드린 사항을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새로운 개헌을 완성하자"라며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진다 해도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