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선심성 제3자 열람권 인정에 고개 숙인 韓 좌파 단체들

전형적 빅테크식 종결처리로 사과도 없어 경실련 환영 메시지는 구글 비위 맞추기?

2025-06-10     이상헌 기자
구글이 제3자 등에게 제공한 국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내역을 공개하라며 인권활동가들이 제기한 소송이 11년 만에 종결됐다. 양측은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 열람 사이트를 한국어로 제공하는 등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개선하는데 합의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의 좌파성향 시민단체들이 구글과의 개인정보 열람권 소송이 일부 조항 합의로 종결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아무런 사죄 없는 제한적인 제3자 열람둰 인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용자 열람권 보장과 정책 개선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2014년 제기된 소송이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친 끝에야 이뤄졌으며 미국 정부의 입장에 따라 정보 제공 여부가 좌우되는 구조는 그대로 남았다.

구글은 이번 합의에서 원고 측 개인정보 제공 내역 열람, 미국 비공개 의무 해제 여부 통지, 한국 이용자를 위한 일부 서비스 개선 등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 열람권은 일부 서비스에 한정되며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에 따라 정보 제공이 제한될 수 있는 조건부 조치에 불과하다.

이용자 열람권을 위한 10년에 걸친 법적 투쟁의 끝이 고작 ‘미국 눈치 보기 범위 내 열람 허용’이라면 권리 보장이 아니라 구글의 선별적 면책 시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구글은 이번에도 끝내 공식 사과 한 마디조차 없었다. 단 한 번도 이용자에게 "당신의 정보가 타국 정보기관에 넘어갔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는 마치 구글이 '자발적 개선'이라도 한 듯 사실상 제한적 인정에 면죄부를 주는 논평을 내놨다. 이는 감시자본주의 체제에서 세계 최대 플랫폼 기업이 한국 주권 위에서 벌여온 정보 비대칭에 면역을 허용하는 발언이자 향후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게도 '끝까지 버티면 된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앞서 2014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인터넷 대량 감시 사건 이후 국내 인권 활동가 6명은 구글이 자신들의 정보를 제3자에 넘겼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대법원은 “미국법을 이유로 국내법상 열람권을 거부할 수 없다”며 이용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구글은 이후에도 정책적 사과나 열람 제도 전면 개선은 하지 않았고, 제한된 합의만 이끌어냈다.

이와 관련 경실련도 "미국 법령상의 비공개 의무 때문에 원고의 개인정보가 미국의 정보기관에 제공됐는지를 제한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구글은 △원고의 개인정보·서비스이용내역 제3자 제공 내역 열람 의무 이행 △미국 법령상 비공개 의무가 해제됐음을 미국 정부 기관 등으로부터 통보받은 사실 여부를 문서로 제공 △미국 법령에 따른 비공개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 이용자를 위한 일부 서비스 제공 등을 하기로 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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