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부 ‘부처 이기주의’ 우려···“범정부 정책총괄 거버넌스 필요”
환경부·산업부 주도권 싸움 우려 “정책 균형과 집행력 취지는 좋아” “기후부총리 등 콘트롤타워 세워야”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기후위기 현안을 전담할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조만간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기후 정책과 여타 환경 정책이 분리돼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부처 기능 통합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9일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환경부와 산업부 중 어느 한 부처가 기후에너지부의 주도권을 잡으면 신설 부처가 기존 부처의 ‘외청(外廳)’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 출신들이 기후에너지부 주도권을 잡으면 산업계의 에너지 수요 대응에 차질이 생기고 에너지 안보 확보도 도외시될 수 있다. 기후에너지부도 환경부와 같은 규제부처로 인식되면서 산업계의 정책 수용성이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산업부 출신들이 기후에너지부를 주도하면 산업계 논리에 기후정책이 종속될 수 있다.
산업부가 2023년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2030년까지 산업 부문에서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한계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규정된 ‘2018년 배출량 대비 14.5%’에 한참 못 미치는 ‘2018년 배출량 대비 5%’라는 의견을 냈다가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런 산업부 주장에 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이 11.4%로 기존(14.5%)보다 3.1%포인트 하향됐다. 이를 감안해 전문가들은 기후에너지부를 출범시키면서 범정부 차원의 정책을 총괄할 거버넌스도 같이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 정책이 환경부 정책으로 인식되면서 산업부 등 다른 부처가 암암리에 따르지 않거나 정책 실패 시에도 환경부가 책임지지 않은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지난 20년간 환경부가 기후 정책을 주도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기후 정책을 이행할) 수단과 방법이 환경부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에너지부를 만들면서 대통령실 기후수석비서관이나 기후부총리를 신설하거나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강화해 콘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호주를 비롯한 14개국은 기후, 환경, 에너지 업무를 한 부처에서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개국은 현재 한국과 비슷하게 기후·환경을 담당하는 부처와 에너지를 담당하는 부처가 따로 존재한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 나머지 3개국은 환경 담당 부처, 기후·에너지 담당 부처, 산업 담당 부처가 나뉜다.
기후와 에너지 업무를 한 부처에서 맡자는 주장은 온실가스 대부분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서 발생한다는 점에 근거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7억2430만t) 가운데 76.2%(5억5190만t)가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됐다. 산업공정 및 제품생산 부문 배출량은 전체의 18.1%(1억3130만t)를 차지, 에너지와 산업 부문에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94%가 나왔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