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심 더봄] 123개의 도리이(鳥居)가 연출하는 절경, 모토노스미 신사
[양은심의 일본 열도 발도장 찍기] (34) 야마구치현(山口県) 나가토시의 명소 붉은 용이 푸른 바다로 내려가는 듯 장관 '일본 절경 31'의 하나···해안 절벽에 조성
이곳은 야마구치현(山口県) 나가토시(長門市)에 있는 모토노스미 신사(元乃隅神社)다. 2015년 CNN이 발표한 '일본 절경 31'에 선정되기도 했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123개의 도리이(鳥居)가 연출해 내는 경관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날씨까지 도와줘서 완벽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펴고 깊은숨을 쉬었다. 숨통이 확 트인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한 여행이다.
버스가 모토노스미 신사 전용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마음이 바빠진다. 조금이라도 빨리 팸플릿에서 본 경관을 내 눈으로 보고 싶어서다. 전망대로 이동했다. '아! 이거구나.' 시퍼런 바다를 향해 느긋이 헤엄치는 듯 뻗어있는 빨간 곡선. 123 개의 도리이다. 마치 붉은 용이 바다로 내려가는 듯하다.
전망대 위쪽에 신사가 있다. 입구에 커다란 도리이가 세워져 있고 꼭대기에 작은 상자가 설치되어 있다. 동전을 던져서 그 상자 안에 들어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설이 있단다. 싱글이었다면 기대를 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가정이 있는 몸. 사랑 타령보다는 경치 타령이 좋다. 동전 던지기에 신이 난 일행을 뒤로하고 다시 바닷가로 눈을 돌렸다. 투어 일행 40명 중 서너 명이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전망대로 돌아와 내려다보니 바닷가 쪽에도 커다란 도리이가 있었다. 문득 바닷가 쪽이 입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도 할 겸 겸사겸사 123단의 도리이 계단을 내려가 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도리이 안을 걷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좁은 곳을 싫어하기도 하고, 빨갛고 좁은 터널을 걷는 것에 압박감을 느껴서다. 이번에는 바닷가로 내려가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아 도리이 안을 걷기로 했다.
하나하나의 도리이에는 기부한 사람 혹은 회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실제로 걸어보니 바다와 하늘이 보여서인지 생각보다 갑갑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려가고 나서 안 것이지만 다른 길도 있었다. 돌아올 때는 그 길을 택했다.
문득, 언제부터 있었는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았다. 그리 오래된 신사는 아니었다. 1955년 창건이다. 70년이 된 신사다. 도리이는 신사가 생기고 한참 후인 1987년부터 1989년 사이에 참배자들이 봉납해서 하나씩 세워진 것이란다. 아직 40년도 안 되었다. 내가 일본 생활을 시작하기 조금 전이다. 그리 생각하니 살짝 친근하게 느껴진다.
바닷가 도리이 옆에 참관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역시 이곳이 정식 입구이지 싶다. 그런데 바닷가에는 달리 사람이 와야 할 그 무엇도 없었다. 오로지 도리이가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간절하게 기도하고 싶은 사람만이 애써 바닷가로 내려와 123기의 도리이를 한 단 한 단 오르며 신사를 향하겠구나 싶었다. 나처럼 위에서 내려올 일이 아니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신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신사와 도리이는 육지의 소망을 바다의 신에게 빌기 위한 곳일까. 바다의 염원을 육지에 있는 신에게 올려보내기 위한 곳일까. 그리고 소원을 비는 것은 과연 인간뿐일까.
여성경제신문 양은심 번역가(영상/책)·작가 eunsim03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