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라틴댄스에서 모던댄스로 못 가는 이유

[강신영 쉘위댄스] (77) 10종목을 다 하면 좋은데 각자 사정이 다르다

2025-06-22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댄스스포츠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라틴댄스부터 배운다. 배우기 쉽고 신나기 때문이다. 남녀의 스킨십도 비교적 적다. 그런데 댄스스포츠는 자이브, 차차차, 룸바, 삼바, 파소도블레의 라틴댄스 5종목이 있고, 모던댄스 5종목은 왈츠, 탱고, 폭스트롯, 퀵스텝, 비에니즈 왈츠까지 있어 모두 10종목이나 된다.

라틴댄스도 삼바와 파소도블레는 경기용으로 추는 편이고 일반인이 가장 많이 추는 춤이 자이브, 차차차, 룸바이기 때문에 몇 년 반복하다 보면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비교적 중년 때 댄스에 입문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순발력이 떨어지고 자신이 봐도 만족스럽지 않다. 더구나 몸매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라틴댄스보다는 모던댄스로 눈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파티에 가 봐도 라틴댄스는 주로 젊은 층이 선호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모던댄스를 춘다. 나이 든 사람들의 모던댄스는 드레스부터 다르다. 춤도 우아하다. 라틴댄스 복장은 가볍지만 모던댄스 드레스는 풍성하다. 모던댄스 드레스를 입고 라틴댄스를 추기도 하지만 라틴댄스 복장으로는 모던댄스를 못 춘다.

라틴댄스는 비교적 스킨십이 적어서 부담감이 없는 편이다. /사진=강신영

그런데 라틴댄스에서 모던댄스로 못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춤 자체가 다르기도 하다. 대표적인 라틴댄스는 자이브, 차차차처럼 템포가 빠르기도 하고 모던댄스는 왈츠나 폭스트롯처럼 느린 춤이라 기호가 다를 수 있다.

물론 느린 템포의 라틴댄스인 룸바도 있고 빠른 템포의 모던댄스인 퀵스텝, 비에니즈 왈츠도 있지만 모던댄스의 기본은 왈츠다. 댄스스포츠 도입 초기에는 경기대회에서 10종의 댄스를 다 추는 사람이 더러 있었으나 아무래도 전문화로 서로 갈 길이 정해지는 것 같다.

가장 큰 문제가 스킨십이다. 라틴댄스는 한 손으로만 잡다가 떨어졌다가 하는 춤이고 양손을 다 써도 잠시 지나가는 동작이지만, 모던댄스는 남녀가 시종일관 바짝 붙어 추는 춤이라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도 민망해 보이고 자신이 생각해도 못 할 짓인 것 같다고 말한다.

더구나 서로의 다리 사이에 파트너의 다리가 들어간다. 민감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래서 여성들은 허리 밑으로 풍성한 드레스를 입는다. 춤을 제대로 배우고 나면 별로 문제가 안 되는 부분이지만 선입견이 문제다. 남편이 아닌 남자와 가깝게 붙잡고 춤을 춘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다. 이 장벽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라틴댄스는 파트너끼리 눈을 맞추며 추는 춤이고 모던댄스는 눈을 반대쪽으로 외면하며 추는 춤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고 상대의 마음마저 꿰뚫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선을 반대로 하는 모던댄스는 그에 비하면 한결 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야한 것으로 치면 라틴댄스가 더 야하다. ‘사랑의 춤’이라고도 하는 룸바는 야한 동작도 많다. 반면에 모던댄스는 격식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춤이다. 우아한 춤이다. 라틴댄스는 노예의 춤에서 발전된 춤이고 모던댄스는 귀족들이 궁정에서 추던 춤이므로 분위기가 다른 것이다.

모던댄스는 남녀가 붙어서 춘다고 꺼리는 사람이 많지만 격조 높은 춤이다. /사진=강신영

또 다른 문제는 성비 문제다. 라틴댄스 반에서는 수강생들이 많은 편이라 남녀의 성비가 어느 정도 맞거나 여성도 남자 스텝으로 서로 파트너가 되어 출 수 있다.

하지만 모던댄스반에는 남성들이 드물다. 여-여 커플로 출 수 없는 춤이기 때문에 남성 파트너가 없으면 잠시 쉬며 기다려야 한다. 경기대회까지 나갈 의욕이 있다면 파트너 없이는 불가능하다.

라틴댄스는 떨어져서 추는 춤이므로 파트너에 대한 제약 조건이 비교적 없는 편이다. 하지만 모던댄스는 파트너와 붙어서 추는 춤이므로 파트너와의 신장 차이, 기량 차이, 체격의 차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파트너 찾기가 라틴댄스에 비해 어렵다.

비용도 부담이 된다. 라틴댄스는 평상복이나 비싸지 않은 연습복으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지만 모던댄스는 여성 드레스 가격이 만만치 않다. 수백만원을 호가해서 다른 옷처럼 선뜻 사기가 부담스럽다. 남성은 경기대회에 나간다면 역시 연미복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그렇지 않은 보통의 경우에는 직장에 나갈 때 입는 정장 정도면 무난하다.

댄스스포츠에 입문했다면 라틴댄스는 물론 모던댄스까지 다 해봐야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춤은 다 같은 춤인데 맛이 다를 뿐이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ksy69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