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2030 세대의 정치 성향 변화와 그 함의
[신율 칼럼] 보수화하는 남성, 反보수화하는 여성 대선 출구 조사 가중치 부여에 문제점 이준석 발언 다시 갈라치기 이미지화
지금의 상황은 단지 남북 분단만을 생각할 수는 없는 국면인 것 같다. 남북 분단과 대치 상황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세대별, 지역별, 성별에 따른 정치적 분열 양상은 비록 생존 문제는 아닐지라도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이 글에서 언급할 조사는 KBS·MBC·SBS 등 방송 3사의 출구 조사임을 밝힌다.
이번 출구 조사 결과는 그 정확성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문수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를 예측하는 데 크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차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첫째, 사전 투표는 법적으로 출구 조사가 불가능하므로, 사후 여론조사 방식으로 보정하고 가중치를 부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
둘째, '샤이 보수' 혹은 '셰임 보수'로 불리는 유권자들이 출구 조사 또는 사후 조사 과정에서 솔직하게 응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만약 두 번째 이유가 실제라면 출구 조사에서 보수 성향이 과소 평가되었을 수 있다. 그런데도 현재로서는 방송 3사의 출구 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세대별, 성별 투표율은 확인할 수 있지만 이들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 글에서는 방송 3사의 출구 조사 결과를 활용했음을 밝힌다.
해당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30 세대의 투표 성향이다. 이 세대는 60대 이상보다는 유권자 비중이 적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젊은 세대들의 투표 성향을 보면 2030 세대 남성의 보수화가 뚜렷한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보수화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며 둘째는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내로남불'에 대한 반감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경제 실험의 피해자가 자신들이라고 느끼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따라 정부는 급격히 최저임금을 인상했고, 그 여파로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이들을 보수적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또 하나는 '조국 사태'를 통해 진보 진영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고 이것이 2030 남성들의 보수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이뿐만 아니라 2030 세대 남성들 대부분이 군 복무 경험이 있는데, 이 경험은 진보 진영의 대북 유화적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들은 실질적인 군 생활을 통해 대북 정책에 있어 진보 진영의 입장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030 여성들의 경우 이들을 단순히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기보다는, 20대 대선 당시의 경험에서 비롯된 '반(反)보수화' 경향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모두가 기억하듯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세대 포위 전략'을 구사하면서 성별 갈라치기 전략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도 등장했다. 이러한 전략은 2030 여성들로 하여금 국민의힘을 '반여성적 정치 집단'으로 인식하게끔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가 TV 토론 중 이른바 '신체 발언'을 하면서 젊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과거 대선의 기억을 되살리는 계기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이준석 후보의 해당 발언은 2030 여성들의 뇌리에 다시금 성별 갈라치기와 반(反)여성적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키는 요인이 됐을 것이다.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출구 조사에서 나타난 2030 남성들의 보수화 경향은 실제로는 더 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향은 '연령 효과'의 영향을 받을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연령 효과란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세대 경험에 따라 연령 효과가 약화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586세대 중 일부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강한 진보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2030 세대의 경우, 젊은 시절의 경험과 연령 효과가 일치하기 때문에 향후 정치 지형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이런 의식이 한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