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싫어서" 다른 사람 뽑는다···'감정의 정치'에 움직이는 MZ

정치적 냉소·분노 '혐오'로 소비 '네거티브 전략' 특히 잘 작동해

2025-06-03     김민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본투표가 3일 시작된 가운데 정치 혐오가 새로운 투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12.3 계엄 사태와 그 이후 탄핵, 대선 정국에서 젊은 층의 정치 참여가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다.

정치에 냉소적이던 젊은 층의 참여 증가에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젊은 세대가 정치적 냉소와 분노를 '혐오'로 소비하면서 그 감정을 투표로 표현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선 개인이 준비한 용지를 투표소에 가지고 가서 기표 도장을 찍은 뒤 SNS에 올리는 방식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반려동물이나 연예인, 캐릭터 등이 담긴 이미지를 같이 올리며 대선 투표 순간을 기념하는 것이다. 사전투표일부터 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선 젊은층의 이런 ‘인증샷’이 대량으로 확산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선 개인이 준비한 용지를 투표소에 가지고 가서 기표 도장을 찍은 뒤 SNS에 올리는 방식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X 캡쳐

이번 대선 젊은 세대의 투표 의지는 높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5월 24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2명을 대상으로 제2차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를 실시한 결과 지난 20대 대선 2차 조사 당시 73.8%였던 20대의 적극 투표층이 이번에는 77.0%로 증가했다.

조사는 전화 면접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무선전화 가상번호 비중이 90.3%, 유선전화 RDD 비중이 9.7%였고 전체 응답률은 21.0%였다. 보다 상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글이 난무하고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경우 "이재명이 되면 이준석 후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이재명은 막아야 하니 김문수를 뽑아야 한다" 등의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반대로 진보 성향이 강한 'X(구 트위터)'의 경우 "생존이 걸린 선거"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지난 12.3 계엄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지난 12.3 계엄 사태와 그로 인한 탄핵 정국에서 젊은 세대의 활발한 정치 참여가 주목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층이 '혐오'를 바탕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 상황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청년들의 투표행태는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대신 상대에 대한 배제, 혐오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예측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각 후보 측에서 비방, 네거티브, 배제 전략으로 나오는 것도 이런 청년층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들의 합리적이고도 상식적인 정치의식이 필요하다"라며 자칫 '나쁜 정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투표율 상승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지만 혐오를 동력으로 한 선택은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정보다는 판단이 중심이 되는 '건강한 정치 참여'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