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급등에 움츠러든 소비···10년 만에 꽁꽁 지갑 닫기
식품 물가 급등, 가계 부담↑ 새 정부 출범 전 가격 인상 10년 새 전 세대 소비 위축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도 치솟고 있다. 특히 식품업계의 잇단 가격 인상이 먹거리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급등세 이후 다소 안정됐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계속 들썩이고 있는 분위기다. 1분기 서민 소득까지 전년 대비 줄어든 상황에서 식품 물가 상승이 가계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10년 만에 전 세대 소비지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눈치를 보던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 잇달아 제품 가격을 올렸다. 그동안 정부의 물가 관리에 협조하던 기업들도 혼란기를 틈타 가격 인상에 나섰다.
가격 인상은 올 1~3월에 특히 집중됐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까지 이어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새 정부 출범 직후엔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며 그 전 시기를 택했다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동서식품은 대선 4일 전 믹스커피인 맥심 모카골드 가격을 9% 인상했으며, 롯데웰푸드와 농심, 빙그레 등 주요 업체들도 과자, 라면, 아이스크림, 발효유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선거와 연계된 인상은 근거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6개월 새 가격 인상 업체만 60곳을 넘어선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주요 가공식품 34개 품목 중 24개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7.1% 상승했다. 맛살 가격이 50%로 가장 크게 올랐고, 커피믹스 34.5%, 고추장 25.8%, 콜라 22.6%, 컵밥 22.2%, 카레 18.0% 등이 뒤를 이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월 가공식품 물가는 4.1%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크게 웃돌며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 물가도 3.2% 올라 13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으며, 소득 하위 20% 가구의 1분기 월평균 소득은 114만원으로 전년 대비 1.5% 줄었는데 식비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고물가에 소비지출도 크게 줄었다. 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이 전 연령대에 걸쳐 10년 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4년과 2024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소득과 소비지출 및 소비성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30대 이하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소득은 증가했지만 소비 지출은 그만큼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 지출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2014년 73.6%에서 2024년 70.3%로 하락했고, 특히 60대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30대 이하(73.7%→71.6%), 40대(76.5%→76.2%), 50대(70.3%→68.3%), 70대(79.3%→76.3%) 등 전 세대의 소비성향도 일제히 줄었으며, 20·30대는 월평균 가처분소득(348만2000원→346만8000원)과 소비 금액(248만3000원→256만7000원) 모두 감소해 체감 소비 여건이 더 나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식료품·음료(15.9%→13.6%), 의류·신발(6.4%→4.8%) 등 전통적인 생필품과 교육(8.8%→7.9%) 등의 소비 비중이 줄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가정간편식 이용 확산,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효율적인 소비, 중고 및 공유경제 활성화, 그리고 학생 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물가 오름세는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통산업 전문가는 “물가 상승이 길어지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다시 가격 인상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현재가 그런 흐름 속에 있어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꺾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