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쓰는 원인도 저출산·고령화에···2차 베이비부머 투입 해법은

소비 둔화 절반, 인구 변화 영향 2030년까지 연 1%p 추가 둔화 은행권, 수익원 다각화 대응 과제

2025-06-02     박소연 기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소비 둔화와 금융권 압박이 경제 전반의 구조적 과제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국내 소비 둔화 현상이 경기순환적 요인을 넘어 인구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구조적 제약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저출생·고령화·1인 가구 확산 등 인구 특성 변화가 중장기 소득 여건과 소비성향을 약화시키며 소비 증가세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러한 흐름은 경기순환 요인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로 인구구조 변화가 소비 약화뿐 아니라 금융권의 사업 환경 전반에도 지속적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 ‘인구구조 변화가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민간 소비 추세 증가율이 과거에 비해 연평균 1.6%포인트 낮아진 가운데 이중 절반이 인구 감소·고령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됐다.

2013∼2024년 중 민간소비의 추세 증가율은 연평균 2.0%로, 2001∼2012년 대비 1.6%포인트 둔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둔화 폭은 연평균 약 0.8%포인트로 분석됐다. 특히 2025∼2030년에는 인구수 감소와 고령화가 보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한 소비 증가율 둔화 폭은 연평균 1.0%포인트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경로별로 보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연평균 0.8%포인트 둔화 중 0.6%포인트는 중장기 소득 여건에서 0.2%포인트는 평균소비성향 변화에서 기인했다. 중장기 소득 여건 측면에서는 인구수 감소와 인구 구성 변화로 노동투입이 감소하고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면서 소비 증가율을 낮췄다.

특히 고용률·근로시간·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30∼50대 핵심 생산연령층 비중이 줄어들며 노동투입의 양과 질 모두가 악화된 점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평균소비성향 측면에서는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예비적 저축 증대 효과와 고령층 중심의 연령 분포 변화가 전체 소비성향을 낮춰 소비 증가율 둔화로 이어졌다.

보고서에서는 경기적 요인에 따른 소비 둔화는 경기대응 정책을 통해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지만 추세적·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소비 둔화 현상은 구조개혁이 적합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이후 자영업으로 과도하게 몰리지 않고 안정적인 상용 일자리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동현 한은 조사국 구조분석팀 차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저출생과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급속한 고령화 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는 가계의 중장기 소득여건을 악화시키고 소비성향을 낮추면서 소비를 지속적으로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차장은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인적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노동투입 감소로 인한 성장잠재력 저하를 완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세대가 자영업으로 과잉 진입했을 때보다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노후 불안으로 인한 소비성향 위축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의 파장이 소비 둔화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1인 가구 확산은 금융산업의 수익 기반, 리스크 관리, 자금조달 구조 등 전반에 걸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인구변화에 따른 은행의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는 인구구조 변화가 은행의 대출 수요 축소, 자금조달 안정성 저하, 부동산 익스포저 관리 필요성 등 금융 산업 전반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고령자 맞춤형 자산관리, 신탁·연금 사업 강화, 해외시장 포트폴리오 다각화 같은 선제적 대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윈 선임 연구위원은 “인구변화는 매일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지만 지속적이고 비교적 예측 가능한 변화이기 때문에 중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변화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며 “급격한 변화를 시도할 경우 큰 리스크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서 연구위원은 “인구변화가 은행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광범위할 것이기 때문에 특정 부서의 과업이 아니라 전행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며 “상품, 채널, 인사, 조직, 자금관리, 인프라 등 은행경영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종합적인 변화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