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 더봄] 그거 아세요?···쓸데없는 정보가 노랫말로 변신
[홍미옥의 일상다반사] 댓글을 가사처럼 엮어 만든 독특한 형식의 노래 인터넷 문화와 감성적 공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점·선·면>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표 작가인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제목이다. 제목이 주는 호기심도 그렇거니와 아주 조그만 실마리가 되는 점이 모여 선이라는 얼개를 긋고 마침내 확실한 면을 이루며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다. 비단 소설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작은 무언가가 모여 큰 덩어리를 이룬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고 소비되는 인터넷 댓글은 어떨까? 알다시피 특정 주제에 댓글이 모이면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특히나 요즘 같은 선거철엔 그 파워가 대단하다. 뚜렷한 목적을 가진 글이니만큼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결과를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앞뒤 없이 맥락 없는 댓글들을 주욱 나열한다면? 쓸데없는 정보들이 모여 일상을 펼치는 노랫말이 된다면? 일개 점에 지나지 않는 달랑 한 줄 댓글이 선을 이루고 마침내 노래라는 면을 만들어낸다면?
쓸데없는 이야기를 들려줘
최근 다시 화제가 된 ‘그거 아세요?’라는 노래가 있다. 곡이 발표된 지는 몇 년 전이다. 하지만 의외로 초등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여전한 인기를 유지하는 중이다.
노래는 '과나'라는 유튜버이자 싱어송라이터의 영상에서 시작됐다. 속칭 '쓸데없는 정보를 알려 달라'는 주문에 달린 구독자들의 댓글로 시작된, 너무도 재기 발랄한 창작물이다. 아무 말이나, 되도록 쓸데없는 정보를 써달라는 말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달려갔다.
그렇게 유튜브의 댓글로 이루어진 이 노래는 한 편의 시가 되기도 했고 사소하기 그지없는 잡학사전이 되기도 했다. 가끔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수줍은 속내를 드러내기도 하면서.
노래는 모눈종이를 샀다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 댓글로 시작하더니, 쑥을 캐왔다는 걸 보니 봄이었나 싶기도 하다. 엄마가 빨래를 널라고 했다고 하니 취준생 혹은 방학 중인 학생일까? 마지못해 집안일을 거드는 중일까?
자연스럽게 상황이 그려진다. 귤에 붙어있는 하얀 건 귤락이라 부른다는데 이 또한 당연히 처음 알게 된 말이다. 저기 제주 어디쯤의 감귤농장 집 아들인지도 모를 일이다.
공감의 아카이브
요즘은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댓글’을 보면 된다고 한다. 익명성 뒤에 숨은 말들은 때론 너무도 솔직하고 예상치 못하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위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댓글을 살펴봤다. '누워서 발로 박수치면 기분이 좋아져요'라는 댓글을 보면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유쾌한 얼굴이 연상된다. 또 '계란을 기가 맥히게 삶습니다'라든지 '리모컨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댓글은 뭔지 모르게 평온하고 소박한 일상을 짐작게 하기도 했다. '고양이는 사랑이에요'라는 댓글엔 연락이 끊어진 옛 친구가 떠올랐고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별것도 아닌 달랑 한 줄 글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일을 한 번쯤은 경험했을 터이다. 내가 쓴 건 아니지만 나 같은 사람이 쓴 것 같은 느낌, 때로는 나보다 더 나를 잘 표현해 주는 말 같아서 깜짝 놀랐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감성은 알고리즘을 타고
바야흐로 모두가 창작자가 되는 시대다. 누군가 남긴 댓글 한 줄이 노랫말이 되고, 또다시 댓글이 반응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창작물이 탄생한다. 도통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세계는 SNS를 타고 누군가의 감성을 툭 건드리기 마련이다. 그 감성은 입소문처럼 퍼져서 디지털세대의 공감을 끌어내곤 한다.
하와이안 피자는 캐나다에서 만들었다거나 찰떡 아이스는 원래 세 알이었다는 거, 또 병뚜껑 톱니 개수는 스물한 개라는, 그야말로 궁금하지 않던 정보는 노랫말이라는 옷을 입고 뇌리에 콕 박힌다.
아! 이건 노래일 수도 아닐 수도 있구나. 그냥 우리들의 이야기고 생활이다. 그렇다면 나도 알고 있는, 하지만 몰라도 될 정보가 있을까? 아! 독자분들, 그거 아세요? 쑥떡은 쑥 함량이 많을수록 잘 안 굳어요.
여성경제신문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