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프라인, 이랜드리테일도 생존 몸부림

이랜드리테일, 마트·백화점 등 점포 정리 ‘기업회생’ 홈플러스, 임차점포 폐점 위기 유통업계 구조조정에 노동문제도 심화

2025-05-29     류빈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홈플러스 기업회생에 이어 이랜드리테일의 비상경영까지 오프라인 유통업계 시장이 침체 국면에 돌입하며 휘청이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코로나 팬데믹과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온라인 중심의 소비문화 확산에 매출 감소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생존 여부가 달린 상황에서 기존 점포를 폐점하거나 매각하고, 인력 전환 배치에 나서는 등 슬림화를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지난달부터 유통분야 실적 악화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인력 재배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앞서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당시 이랜드리테일은 1년간 긴급 경영 체제를 운영한 바 있다. 1년간 부실·적자점포 철수, 온라인 중심의 사업구조 설계, 관리직 대상 무급휴가 등을 진행했다. 이후 정상화됐으나 최근 경기 악화로 인해 5년 만에 다시 비상 체계를 가동하게 됐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실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랜드리테일의 존속과 전 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랜드리테일은 NC백화점과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동아백화점 등 전국 40여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실적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9년 2조1123억원과 1589억원에서 지난해 1조5649억원과 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4%, 41.9%나 감소했다.

이랜드리테일은 경영난 타개와 재무 안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뉴코아 인천논현점은 내달 임대 계약이 종료되면 연장하지 않고 폐점한다. 동아 수성점과 강북점, NC 경산점 등 세 곳은 자산 유동화를 검토 중이다. 아울러 이랜드리테일은 자회사 이랜드킴스클럽을 통해 시험 운영해본 편의점 사업도 접기로 했다. 직영 운영하던 편의점 5곳 중 봉천점은 이달 말 폐점한다. 나머지 4곳도 계약 종료 시점에 폐점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조합은 구조조정 우려를 제기하며 고용노동부에 특별 근로감독을 요청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랜드노조는 지난 2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기자회견에서 사측이 비상경영을 이유로 부당한 인사 조치와 직장 내 괴롭힘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리직 직원들에게 물류 관리와 상품 교체 업무를 지시하고, 희망퇴직이나 휴직을 강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주차·보안 도급업체 계약 해지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이를 정규직으로 대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리테일은 “직원 설명회와 개별 면담, 임시 노사협의회를 통해 충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물류센터 발령은 개인 사정을 최대한 반영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주차·보안 업무 전환도 위험성이 없는 부문에 한해 진행하며, 모든 인사 조치는 당사자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는 임차료 인하 협상이 결렬된 17개 점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홈플러스는 전체 126개 점포 중 68개 임차 점포를 대상으로 30~50% 임차료 인하 협상을 벌여왔으나, 지난 15일까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가양, 일산, 시흥, 잠실, 계산, 인천숭의, 인천논현, 원천, 안산고잔, 화성동탄, 천안신방, 천안, 조치원, 동촌, 장림, 울산북구, 부산감만 등 17곳에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폐점이 현실화되면 홈플러스 점포 수는 109곳으로 줄어 롯데마트(111개)에 밀리게 되며, 현재 협상 중인 44개 점포의 결과에 따라 추가 해지 가능성도 남아 있다.

홈플러스도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도 반값 할인 등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나 납품업체와의 분쟁도 지속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대금 지급 가능성을 의심한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납품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빙그레와 매일유업이 처음으로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기업회생 절차 개시 발표 이후 오뚜기,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했다가 재개했고, 그 중 서울우유가 가장 오랜 기간 홈플러스와의 대금 지급 시기 이견으로 갈등을 빚다가 이달 초에야 납품을 재개했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MBK 사무실 앞에서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등이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수난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 둔화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인건비·임차료 등 고정비 상승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매출 감소와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지자 점포 효율화를 위한 폐점과 구조조정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고, 새벽배송과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전통 매장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 격차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8% 증가했다. 2023년 9월 12% 증가율을 기록한 후 20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했다.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9% 줄어 지난 2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잇따른 구조조정과 점포 축소로 유통업계가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고용 불안과 노동환경 악화라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인력 감축이 단기적 비용 절감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직 안정성과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동정책 전문가는 “최근 유통업계 구조조정과 점포 슬림화 과정에서 비정규직과 저소득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일방적인 인력 감축과 근무환경 악화는 결국 조직 내 갈등을 키우고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도 이해되지만, 고용 유지를 위한 사회적 대화와 노사 협의가 병행돼야 한다”며 “특히 대규모 폐점과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근로자 보호 장치와 재취업 지원, 직무 전환 교육 같은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영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