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수출 어려움에 성장률 '0%대' 전망···부동산은 장단기 변수 혼재

한은, 성장 둔화·물가 안정에 금리 인하 규제·DSR 시행 앞두고 시장 반응 주목

2025-05-29     박소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결정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부진, 미국발 관세전쟁 등으로 수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통화정책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성장률 둔화 우려 속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단기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규제와 금융환경 변화 등으로 영향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한은 금리 인하는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금리만으로 경기 부양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과 함께 부동산 시장 과열이나 금융시장 불안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2%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위험도 지적된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고점에서 빠르게 안정되며 금리 인하의 부담은 줄었다.

금통위는 가계대출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다고 봤다. 물가가 안정세를 이어가고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모두발언에서 “금통위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히 크지만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였다.

이 총재는 “내수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그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디고 수출 둔화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GDP갭률의 마이너스 폭도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물가는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품목에 가격 인상 움직임이 있지만 국제유가가 안정되어 있고 수요압력도 크지 않아 2% 내외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시장 리스크가 다소 완화됐지만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금리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고 관세정책, 주요국 재정건전성 등과 관련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환율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금융완화 기조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계속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방향에 대해 이 총재는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되었기 때문에 향후 인하폭이 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경제전망의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있는 데다 금융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입수될 데이터를 보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속도와 폭을 결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낮췄다. 이 총재는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되고 정부 추경안이 확정되었음에도 성장률을 0.7%포인트 낮추게 된 배경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먼저 건설의 영향이 가장 컸다”며 “건설투자는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 정도지만 건설경기 침체 심화로 감소폭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정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의 경우 2월의 베이스라인 전망보다 높아진 미국 관세율의 영향으로 둔화폭이 크게 확대됨으로써 성장률을 추가로 0.2% 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성장률을 0.8%로 전망했지만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상방과 하방, 양방향으로 리스크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며 “주요국과의 무역협상이 빠르고 원만하게 타결될 가능성과 새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추진 등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통상갈등의 장기화 및 품목별 관세 추가 부과 등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대출 부담을 줄여 부동산 시장에 단기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규제 환경과 경기 불안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면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을 통한 차주의 부동산 구입 이자 부담이 경감되고 주택담보대출이 4%대에서 3%대로 낮아질 전망”이라면서도 “오는 7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금융환경은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조기 대선 이슈 등으로 5월 들어 거래시장이 숨을 고르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차주는 대출 만기구조를 20년~30년으로 늘리고 혼합형 또는 주기형 대출을 통해 스트레스DSR 3단계로 인한 대출총액 감소를 피해가려는 움직임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금리 인하와 아파트 입주량 감소로 인해 매물감소, 월세화가 이어지며 주택의 전세가 상승이 지속하고 주택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감도 여전해 서울 주요지역의 가격 상승은 지속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서울 주요지역 집값 상승불안 강도에 따라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을 정부가 언급한 바 있고 실 거래시장의 모니터링도 강화된 만큼, 대선 이후 분양이 일부 재개될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으로 수요자의 관심이 전이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