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우먼] "운전은 내 인생의 벗"···헤이딜러가 기록한 82세 여성의 40년
헤이딜러 '나의 운전 졸업식' 캠페인 운전 졸업 앞둔 고령자 화보 촬영 첫 80대 운전자 한열희 씨 참여 "운전 생활, 웃으며 마무리하길"
"연예인이 된 기분이에요. 살면서 이렇게 많이 찍혀본 건 처음이죠. 운전을 오래 하다 보니 별걸 다 해보네요."
지구를 55바퀴나 돌았던 운전 인생. '운전은 자존감이었다'고 말했던 81살 여성은 1년 뒤 카메라 앞에 섰다.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시 한 스튜디오. 빨간 스카프를 휘날리며 본네트에 기대선 그는 평생 처음으로 화보 촬영을 마쳤다.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을 기록하는 졸업 사진이었다.
고령 운전자 한열희 씨(여·82)가 중고차 거래 플랫폼 '헤이딜러'의 '나의 운전 졸업식' 캠페인 모델로 선정돼 화보 촬영에 참여했다. (※관련 기사: [the우먼] "40년 운전하다 보니 지구 55바퀴를 돌았네요") '졸업'이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이 캠페인은 운전을 마무리하는 고령자에게 새로운 인생 단계로의 전환을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한씨는 해당 캠페인의 두 번째 주인공이자 최초의 80대 모델이다.
헤이딜러가 기획한 이 캠페인은 운전을 마무리하는 고령자들이 마지막 차와의 순간을 특별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젝트다. 헤이딜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기분 좋은 내 차 거래를 지향하고 있다"며 "마지막 차를 보내주시는 고령 운전자분들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지금까지의 운전 여정을 기념하실 수 있도록 나의 운전 졸업식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캠페인 콘셉트는 각 신청자 사연에 맞춰 개별적으로 연출된다. 사연에 따라 단독 또는 가족 화보가 진행되며 자신의 차에 담긴 소중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촬영이 진행된다. '나를 나답게 해준 벗'. 한씨의 콘셉트다. 40년간 함께 달려온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그의 자존감이자 자유였고 친구였다.
한씨가 면허를 땄던 1980년대는 여성 운전자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던 시기였다. 집 밖에서 운전대를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맥락 없는 비난과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남편의 출퇴근길을 직접 운전해 데려다주며 '운전은 남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거슬렀다. 시대를 앞선 삶의 방식이었다.
촬영은 이러한 콘셉트에 맞춰 주유소, 편의점, 드라이브스루 등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자유롭게 홀로 여행을 떠나는 분위기, 미국 빈티지 무드 속 멋진 신여성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됐다. 차에 기대 아이스크림을 들고 웃는 장면, 셀프 주유를 하는 장면, "아줌마는 집에서 밥이나 하라"며 무시하는 누군가에게 "밥 다 해놓고 나왔다"며 유쾌하게 손을 흔드는 장면은 모두 그의 실제 경험을 반영했다.
"운전은 내 삶을 내가 책임질 수 있게 해준 도구"라고 말했던 한열희 씨. 40년의 삶의 무게와 빛났던 시간을 화보로 남긴 한씨는 여성경제신문에 "살면서 이렇게 많이 찍혀본 건 처음이다. 운전을 오래하고 보니 별걸 다 경험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마치 연예인이 된 기분이라고 화보 촬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언젠가 운전대를 놓게 될 때 캠페인 덕분에 화려하게 운전 생활을 마쳤다고 느낄 것 같다. 이 사진이 위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함께 현장을 찾은 한씨의 손녀 유민재 씨(가명‧24)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는 언제나 운전석에 계셨다"며 "촬영 중에도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웃는 모습을 보며 어떤 순간에도 당당하게 적응하시는 분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운전을 졸업하신 후에도 새로운 면모를 또 멋지게 보이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