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 더봄] 작은 열 개가 만들어내는 기적
[최인녕의 아들에게] 응용은 세상을 너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열쇠다
아들아,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어떻게 저 많은 걸 다 알아야 하지?' 처음 해보는 공부, 낯선 환경, 새로운 일 앞에서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보여서 막막하고 겁이 날 때가 있어.
나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어. 신입사원 시절,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어서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지. 회사에서는 줄임말과 이니셜로 대화하고, 시스템은 낯설고, 인프라는 뭔지도 모르겠고….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업무 매뉴얼을 찾았는데, 15cm짜리 바인더 두 권. 그걸 집으로 가져와 주말 내내 읽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어. 근데 알겠니? 읽는다고 이해되는 게 아니더라. 앞부분은 어찌어찌 넘어가도, 뒤로 갈수록 암호 같았고, 결국은 포기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매뉴얼 속에 있는 수많은 지식이 전부 다 처음부터 필요한 건 아니었어. 오히려 내가 진짜 일 잘하게 된 건 딱 열 가지 정도의 기본기를 내 것으로 만들고 나서였어.
그 열 가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익히니까 그걸 응용해서 아흔 가지, 백 가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어. 처음엔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마치 레스토랑 셰프가 기본 재료로 수십 가지 요리를 만들어내듯 하나둘씩 풀려나갔어.
이건 꼭 회사 일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야. 영어 공부도 그렇고, 수학 공부도 그렇지. 수많은 문장과 공식을 다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히지만, 가장 자주 쓰이는 몇 개만 제대로 익혀두면 그다음은 상황과 환경에 맞게 응용할 수 있거든.
마치 엄마들이 냉장고에 남은 재료 몇 가지로 맛있는 반찬을 뚝딱 만들어내듯, 너도 네가 가진 지식과 경험으로 상황에 딱 맞는 해답을 만들어 낼 수 있어.
그러니까,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돼. 만 개를 바라보면 만 가지 걱정이 생기고, 만 시간을 망설이게 되지만, 작은 열 개로 시작한다면, 그 열 개가 언젠가 수백, 수천 가지로 자라나게 될 거야.
세상은 때때로 거대하고 복잡하게 보여도 그 안에서 너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길이 반드시 있어. ‘응용의 재주’는 이미 네 안에 있어. 응용하면서 산다면, 삶이 생각보다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네가 너만의 리듬과 속도로, 차근차근 잘 해낼 거라고 믿어. 엄마가 늘 네 편에서 응원할게.
여성경제신문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hellencho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