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애플페이 해결책 아니다"···카드업계, 구조 전환할 때
한국신용카드학회, 2025 춘계 세미나 개최 김상봉 "시장 진입자 비용 부담 원칙 지켜야" 수수료 산정방식 개편·소비자 혜택 복원 필요
카드업계가 수익성 악화와 소비 둔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 고금리 조달, 부가혜택 축소 등의 영향으로 실적 방어가 어려워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제도 개편과 소비 유인책 등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러 카드사가 고려하고 있는 애플페이 결제 서비스 도입은 수익성 보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한국신용카드학회는 이날 서울 명동에서 '2025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서지용 신용카드학회장 겸 상명대 교수는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급락하면서 카드사의 수익 구조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카드론 수익이 늘고 있지만, 그만큼 재무 건전성이 나빠지고 대손충당금도 증가해 결과적으로는 전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음에도 총자산이익률(ROA)은 0.9%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러한 비용절감 노력은 소비자의 카드 이용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카드사가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고 부가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카드 이용률이 눈에 띄게 둔화된 것이다. 서 교수는 "카드사들이 절감을 위해 혜택을 줄이면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카드를 쓸 이유가 사라진다"며 "이는 민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기준 불변지수 기준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10분기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다.
서 교수에 따르면 이처럼 수익 악화와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카드사들은 다양한 비용 효율화 전략을 동원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조달 구조의 다변화다. 실제로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는 여전채 중심의 자금 조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수천억원 규모의 해외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했다. 달러 기반 발행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조달이 가능하며 원화로 환전할 때 조달 효과도 크다는 점에서 최근 고금리기 조달 전략이라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신용등급 관리도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서 교수는 "카드사 신용등급이 한 등급 올라가면 카드채 발행 금리가 최대 0.4%포인트 낮아진다"며 "10조원 조달 시 약 1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카드는 높은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조달금리를 낮춰 신용판매 부문 수익성에서 우위를 확보했고 이는 수익성 1위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확대도 전략 중 하다. PLCC는 브랜드 충성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별도의 광고나 모집비용 없이도 고정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서 교수는 "PLCC는 내재화된 로열티 툴"이라며 "모집비용과 광고비가 줄고 고객 분석 정밀도도 높아진다"고 했다. 이어 서 교수는 "단순 절감 효과 이상의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카드업계 비용 구조의 본질적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지속적인 적격비용 제도 하의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인해 카드사 수익 구조가 한계에 다다랐다"며 "수익 감소를 심화시키는 외부 요인에 대해서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표 사례로 애플페이를 들었다. 김 교수는 이에 관해 "시장 진입자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상식인데 오히려 카드사가 수수료를 내고 단말기 설치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필요한 NFC 단말기 설치 비용은 약 6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도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과 매출 상승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애플페이 도입 이후 시장 점유율 확대가 유일한 효과라면 그 비용은 더욱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간편결제, 로컬페이, 스테이블코인 등 신종 결제 시스템이 속속 진입하고 있는데 카드사는 수익을 깎으며 이들과의 경쟁까지 떠안고 있다"며 "비용을 떠맡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카드사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학계, 업계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서지용 교수, 김상봉 교수를 비롯해 문장현 VISA 코리아 전무, 최철 숙명여대 교수가 발제를 진행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채상미 이화여대 교수, 이기환 인하대 교수, 석일홍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건희 전 국민대 교수가 논의를 펼쳤다. 좌장은 윤희선 변호사가 담당했다. 여신금융협회가 후원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