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수사기관 위상 '지각변동'···검·경·공수처 개혁 노림수는
이재명 검찰 견제·공수처 강화 김문수 공수처 폐지·수사권 이관 尹정권 인사 연루 사건에 영향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6·3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해체 수준의 운명 기로에 서게될 전망이다. 각 후보는 수사기관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데 정치인이 엮인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검찰 개혁 일환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고 공약했다. 검찰을 기소 중심의 기소청으로 재편하고 수사 기능은 한국판 FBI와 같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해 이관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공수처를 인력 충원으로 강화해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검사 징계 파면 제도’를 도입해 앞으로 검사도 일반 공무원처럼 징계로 파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헌법 개정 공약 중 하나로 검찰의 영장청구 독점권도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최근 ‘응징’ ‘제거’ 등의 표현을 쓰며 ‘내란 종식’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이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윤석열 정부 3년간 검찰권 남용이 사회의 혐오와 적대감을 키우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 검찰이 쪼개기 기소·과잉 수사 등으로 정치 보복을 했다며 검찰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공수처 폐지를 공약했다. 김 후보는 “정치적 편향성 지적과 무능 논란이 반복되었던 공수처를 폐지하고 검찰, 경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 기능을 통합하는 한편 독립적인 외부 통제 기구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공수처가 여권에 대한 표적 수사를 하고 있고 계엄 수사 당시 혼란을 야기했으니 수사권을 검경에 재이관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법상 검사 정원은 25명이다. 현재 공수처 검사는 14명인데 곧 임명 재가된 7명이 충원되면 21명이 된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공수처 검사 정원을 300명 이내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공수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취업 특혜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재명 후보 파기환송심 판결 관련 직권남용 혐의 고발 △12·3 비상계엄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의 향응 의혹 등 사건을 맡고 있다. 모두 윤석열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폭 수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의 당선으로 공수처가 폐지 수순에 돌입할 경우 수사 중인 사건은 축소될 전망이다. 폐지 직전 기소할 가능성도 있지만 급하게 처리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 수 있다.
김 후보는 정치권력을 악용해 수사·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사법 방해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증인 출석을 방해하는 등 정치권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수사·재판을 지연시키는 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로 넘어간 대공수사권을 국가정보원으로 환원해 “반국가세력 대응 역량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간첩법에서 규정하는 적국의 범위를 북한에서 외국으로 확대한다고 하기도 했다. 김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현대전은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기술 패권을 두고 벌어지는 비물리적인 수단에 대비할 안보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정부 기구 효율화를 위해 공수처를 폐지한다고 공약해 김 후보와 같은 입장이다. 사법 분야를 10대 공약 중 별도 부문으로 다루지 않은 채 1순위 ‘행정’ 분야 중 하나로 언급했다. 검찰과 관련해선 해체보다 수사권 남용을 제한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연세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가 상당한 예산을 들여 운영되고 있음에도 수사 실적이 미진하고, 급기야 이번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풀어주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의 검사 파면 제도 공약에 대해선 "원래 감옥에 가보면 이유 있어서 잡혀 왔다고 하는 사람 없다고 한다"며 "본인의 피해의식에 의한 것이다. 보복으로 비칠 만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