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초격차-지배구조 개편이 불만인 주식 투기꾼들
위탁생산-바이오시밀러 특화 전략 인적분할로 삼성물산 위상 강화 5년 간 중복상장 없다는 입장에도 근거 없는 불신 조장에 주가 하락
삼성그룹이 바이오 부문을 쪼개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구조 재편에 나섰다. 위탁생산(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해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공식 입장 뒤에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연결 구조를 다듬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10월 1일자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하는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하고 CDMO에 집중한다는 명분이다. 분할은 9월 16일 주총 승인을 거쳐 10월 2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변경상장, 삼성에피스홀딩스 재상장 순으로 진행된다.
인적분할 이후에는 기존 주주 구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100% 승계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각각의 순자산가액을 기준으로 평가해 약 65대 35의 비율로 분할된다.
표면적으로 이번 분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사업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하나의 실체로 인식되며 발생하는 고객사의 이해충돌 우려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분할을 단행했다는 얘기다. 이는 과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시킨 선례와 유사하다.
하지만 구조 개편을 통한 지배력 조정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지분 43%)다. 인적분할 후 중간지주사 체제를 도입하거나 삼성물산이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을 처분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의 수직적 정비가 가능해진다. 재무구조 측면에서도 유연성이 확보된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삼성물산의 저평가 해소 및 바이오 성장성 부각 측면에서 이번 결정을 해석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 보유 삼성 계열사 지분 가치(55.9조원)는 시가총액의 두 배가 넘는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CDMO 부문에서의 초격차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8개 공장, 총 132만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이미 글로벌 톱20 제약사 중 17곳과 협업 중인 만큼 고객 저변도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신설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집중한다는 포석이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신제품 라인업 확장, 글로벌 M&A, 기술 투자 등을 전담한다. 2030년까지 20개 이상의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목표로 한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25분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중복 상장' 유언비어가 퍼지며 전 거래일보다 1.85% 내린 106만원을 나타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햐후 5년 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지만 언젠가는 상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정보에 대한 기초적 이해조차 결여된 투기성 반응"이라며 "주주행동주의자들의 근거 없는 불신조장 행위는 고질병이라 지켜보는 것 말곤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