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환멸→이재명 지지?···잇단 보수 이탈에 정치 혐오 증가
민주당 외연 확장 전략에 넘어가 정권교체 예상되자 미리 줄 서기 "이재명 비난할 땐 언제고"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외연 확장 전략의 성과를 거두자 고무된 분위기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을 비롯해 개혁신당 허은아 전 대표·김용남 전 정책위의장·문병호 전 의원 등 보수 진영 인사들이 잇달아 이재명 대선 후보를 지지하면서다.
윤호중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20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총괄본부장단 회의에서 “방탄유리 스크린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이재명 후보의 진심이 담긴 경청과 통합, 화해와 포용 행보에 민주당의 국민 빅텐트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미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호언장담했던 빅텐트는 ‘빈 텐트’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도왔던 일부 지지자 모임인 ‘홍준표와 함께한 사람들’이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모임인 '박근혜 서포터즈' 등 7개 단체도 동조했다.
이들의 이탈 근거는 국민의힘에 대한 환멸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전까지는 움직임이 없다가 헌법재판소의 파면 이후 여론이 바뀌었고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교체 논란 등을 겪으며 실망감이 커진 상태다. “더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정당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 "진솔한 사과와 자기반성 없이 오직 당권 장악과 권력을 향한 국민 기만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등 분노를 드러냈다.
이런 현상은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과 손뼉이 맞는 형국이다. 캠프에 보수정당 출신 인사는 물론 새미래민주당 창당에 함께 했던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등 각 진영 인사들이 몰려들었다. 결국 이들은 정권교체가 되면 권력이 쏠릴 것으로 예상해 미리 줄을 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아무리 이재명 대세론이 형성 중이라도 줏대 없이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뒤바꾸는 상황에 비판 여론이 증가하고 있다.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서 한 누리꾼은 김상욱 의원 민주당 입당 소식에 대해 "수천년 역사 속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쫌 불안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믿어볼랍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보수 성향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론 '허은아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아니 이재명 비난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정치 진짜 추잡다 저러는 거 보면", "얼굴에 철판 깔지 않고 저게 되냐?"라는 등 댓글이 달렸다.
허은아 전 대표는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 이후 욕 문자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미 개혁신당 때부터 욕 문자를 많이 받아봐서 전혀 신경 안 쓴다"며 "다만 내 주변에 '민주당은 절대 안 된다'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없는 게 가슴아플 뿐"이라고 했다.
박용진 민주당 선대위 국민화합위원장은 보수 인사들의 잇따른 이 후보 지지가 ‘기회주의 정치’란 비판에 대해 “내란의 강이 흐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민주당판 화개장터에 모여서, 통합과 화합 소통을 상징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며 “장날엔 사람 많이 모이는 게 장땡”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