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고객인 시대···시중은행 '펫금융' 적금·신탁까지 확장

은행권, 고액고객 중심 장례·헬스케어 서비스 AI·신탁·적금 등 상품 다변화에 시장 본격화

2025-05-21     박소연 기자
금융권이 반려동물 전용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장례지원 서비스부터 AI 기반 건강 체크 기능, 반려동물 전용 적금·신탁까지. 금융권이 반려동물 전용 상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또 하나의 가족'을 위한 금융 서비스는 이제 틈새가 아닌 전략적 시장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런 흐름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인식 확산과 함께 금융사들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국회도서관이 지난해 7월 발간한 'Data & Law 데이터로 보는 반려동물'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2015년 1조7000억원이었고 올해 4조1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5.4%로 2010년(17.4%)보다 약 8%포인트 증가했으며 양육 중인 반려동물 수는 약 799만 마리로 추정됐다. 2023년 기준 동물등록제에 등록된 반려견은 누적 324만 마리 규모였으며 같은 해 유기동물은 11만3000마리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보험 계약 건수는 2013년 1199건에서 2023년 10만 건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요즘은 단순한 혜택만으로는 고객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고 본다"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흐름에 맞춰 감성적인 연결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고 보험이나 장례 같은 실질적인 서비스로 경쟁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차별화된 혜택으로 라이프케어 영역을 넓히고 있다. 농협은행은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에이아이포펫과 협업해 ‘펫케어’ 서비스를 출시했다. NH올원뱅크 앱에서 이용 가능한 이 서비스는 반려동물의 눈·피부·치아를 촬영하면 AI가 건강 상태를 분석해주며 유기동물 입양 정보와 장묘업체 검색, 양육팁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적금과 신탁 등 자산관리 상품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부산은행은 반려동물 관련 활동을 기록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펫적금’을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은 반려동물 보호자가 사망하거나 돌봄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반려동물 양육 자금을 미리 설정해둘 수 있는 ‘KB반려행복신탁’을 운영 중이다. 이 상품은 생전에는 투자 성향에 맞는 자산으로 운용하다가 사후에는 사전에 지정한 양육자에게 신탁재산을 지급해 반려동물이 안정적으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업체 펫포레스트와 협약을 맺고 1억원 이상 수신고객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장례서비스 할인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반려동물을 위한 목돈 마련 전용 상품으로 ‘펫사랑 적금’도 운영하고 있다. 월 10만~50만원까지 정액 적립할 수 있는 1년 만기 상품으로 기본금리 연 2.3%에 최대 연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로 제공한다. 온라인 펫사랑 서약서 작성, 하나카드 사용 실적, 마케팅 동의 여부에 따라 우대금리가 적용되며 최고금리 기준으로 12개월간 월 50만원을 납입할 경우 세전 이자 9만1000원을 받을 수 있다.

이은정 하나은행 하나더넥스트본부장은 펫포레스트와의 협약에 대해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과의 헤어짐이 소중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특별한 혜택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손님 인생 여정 전반에 걸쳐 세밀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 제공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