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환율·소비침체 ‘삼중고’에 빠진 식품업계···1분기 해외 매출만 버팀목
원가·환율 상승에 식품업계 실적 부진 삼양식품·오리온만 해외 매출로 선방 내수 침체에 2분기 전망도 어두워
식품업계의 1분기 실적이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내수 소비 침체로 인해 대체로 저조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온 삼양식품, 오리온 등 일부 식품기업들은 환율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오뚜기, 농심, 빙그레 등 내수 중심이었던 식품기업들은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20~50% 감소했다. 내수 시장 정체와 원재료 값 상승이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의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2463억원(CJ대한통운 제외)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이중 식품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1286억원으로 30% 감소했다. 매출은 4조3625억원으로 1.8% 줄었다. 비비고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따른 해외 사업 성장세로 북미, 유럽, 일본, 중국 등 매출이 고르게 증가했으나 내수 실적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롯데웰푸드의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은 9751억원으로 2.5% 증가했고 순이익은 227억원으로 13.3%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64억원으로 56.1%나 감소했다. 주요 제품인 초콜릿의 원재료 카카오 가격이 급등하며 수익이 절반으로 급락했다.
롯데칠성음료는 1분기 영업이익이 250억원으로 31.9% 감소했다. 매출은 9103억원으로 2.8% 감소했고, 순이익은 54억원으로 66.4% 줄었다.
오뚜기의 1분기 영업이익은 575억원으로 21.5% 감소했다. 매출은 9208억원으로 4.2%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332억원으로 31.5% 줄었다. 오뚜기는 “인건비와 운임·보관료 등 판관비가 늘고 환율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며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농심의 1분기 영업이익은 5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매출은 8930억원으로 2.3%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522억원으로 1.8% 감소했다. 농심 관계자는 "매출은 국내 면 사업과 수출 호조로 작년보다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매출 원가가 커지고 소비 침체로 판매촉진비 부담이 커져 줄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1분기 매출이 3085억원으로 2.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5억원으로 36.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6.8% 축소된 116억원에 그쳤다.
이와 대조적으로 해외 사업에 공들인 기업들만이 1분기 실적 개선을 이뤘다.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매출 529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한 수치다. 그 중 해외 매출은 4240억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13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25%까지 상승했다. 미국·중국·유럽 등에서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불닭 브랜드 인기가 꾸준히 이어진 덕분이다. 회사 측은 수출 지역 확대와 고환율 효과가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68%인 오리온의 1분기 매출은 80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영업이익은 1314억원으로 5% 증가했다. 특히 중국(7.1%), 베트남(8.5%), 러시아(33%) 등 해외 법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국내 법인의 내수 판매액은 1.6% 증가에 그쳤으나, 미국 등으로의 수출액은 23% 늘며 해외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오리온은 러시아 법인의 초코파이 생산라인 증설 등 글로벌 공급 능력을 확대해 해외 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는 재료 가격 상승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코코아, 커피 원두, 돼지고기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식품업계의 수입 단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산업은 원재료가 생산 원가의 60~70%를 차지해 재료비 인상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주요 식품기업들은 환율이 10% 오를 경우 연간 세후 이익이 수십억원에서 100억원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내수 경기 둔화로 소비 심리도 위축돼, 업계 전반의 사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2분기 실적 회복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경기 동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들은 2분기 사업 경기(전망지수 96.1)가 1분기(98.5)보다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산업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에 “원재료 가격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이어지면 식품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식품업계는 원가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이지만 시장 상황이나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해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수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까지 위축된 상황이라 단기간에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환율 리스크 관리와 수출 시장 확대, 제품 포트폴리오 재조정 같은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