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문수·이준석, 누가 미래 세대에 폭탄 돌리나
3월 모수개혁 이후 남은 건 구조개혁 이재명·김문수·이준석, 전혀 다른 해법
21대 대통령 선거가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뇌관을 껴안고 치러진다. 지난 3월 통과된 모수개혁은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3%로 높여 8년의 시간을 벌었다. '숫자를 만진 수준이지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 고갈 시계는 2056년 혹은 2064년을 향해 똑딱거리고 있다. 초고령화와 초저출산 속에서 연금 개혁의 다음 단계를 두고 대선후보 3인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이재명 “보완으로 충분하다”…구조개혁은 침묵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3월 통과된 개정안을 시작점으로 삼은 모양세다. △군 복무 크레딧 전면 확대 △청년 생애 첫 보험료 국가 지원 △고령 근로자 연금 감액 완화 △기초연금 부부감액 축소 등이 공약의 핵심이다.
다만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의 다층체계 구축이라는 선언적 언급만 있을 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초연금 부부 동시 수급 시 20%를 깎는 구조를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예산은 연간 3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호주·네덜란드 등은 부부 동시 수급 시 최대 30% 넘게 깎는다. 일본은 감액이 없다.
김문수 “자동조정장치 도입”…청년층 표심에 직구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정공법을 택했다. ‘국민연금 2차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연금 지급률과 보험료율, 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조기 도입을 선언했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 구조나 기대수명 변화에 따라 연금 구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제도다. 정치적 논란 없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문제는 삭감 폭이다. 초저출산 국가인 한국에서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연금 수령액 인하 폭이 매우 클 수 있다. 김 후보는 국고 조기 투입을 시사했지만 재정 부담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빠져 있다.
연금개혁 논의기구에 청년 참여를 제도화하겠다는 계획은 긍정적이지만, 3월 모수개혁을 ‘청년에게 불리한 개악’이라 규정한 전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인상된 소득대체율은 오히려 청년 세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FGI 즉 연금개혁을 위한 집단심층면접 구조에도 오류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여성경제신문이 보도한 국민연금 개혁 여론조작 논란, 정부가 만든 가짜 공론화 를 보면 2024년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개혁의 여론 수렴 과정에서 실제로 실시하지 않은 집단심층면접(FGI)을 마치 실시한 것처럼 보고서와 설명회에 포함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연금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거나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국민 부담을 전제로 한 ‘자동조정장치’ 도입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허위 공론화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며, 국민적 합의 없이 급여 삭감 제도를 밀어붙이려 한 정부의 책임 회피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신구 연금 분리”…구조 뜯어고치겠다는 배수진
가장 급진적인 개혁안을 들고나온 이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다. 기존 가입자는 ‘구연금’, 미래 가입자는 ‘신연금’으로 나누는 이른바 ‘신·구 연금 분리’가 그의 공약이다. 신연금은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해 개인이 낸 만큼 돌려받는 구조다.
이 안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제안한 모델이다. 기대수익비를 ‘1’로 맞추고 국고 투입을 줄이기 위해 자동조정장치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구연금 부채만 최소 609조원, 최대 1700조원에 달한다.
이 후보는 “청년들에게 내고도 못 받는 구조를 끊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그 청년들이 신연금으로 돌면서 노후 리스크를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은 간과됐다. 투자 수익률에 따라 노후 소득이 결정되는 구조는 사회적 연대라는 연금의 본질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성민 연금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세 후보 간 공통점도 있다.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내가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게 될지, 우리 아이는 이 제도 안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수치 기반 예측’이 없다. 정치는 약속을 말하지만 연금은 숫자로 말한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