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新냉전의 경제전선: 스무트-홀리의 귀환?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美 상호관세, 무역적자 기반 산정으로 압박 中 희토류 통제 보복···우회 수출국도 직격탄 '일시 유예'···협상 실패 시 충격 재점화된다
지난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7개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해 전 세계를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10%의 기본관세에 더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상호관세 부과를 공표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트럼프는 10%의 기본관세에 25%의 상호관세를 더하여 35%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 발표했다. 일본, 유럽연합(EU), 대만에도 각각 24%, 20%, 32%의 상호관세가 기본관세에 더하여 부과됐다.
중국에는 34%의 상호관세가 발표됐다. 기본관세를 고려하면 44%가 기존 관세에 더하여 부과되는 셈이었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가 환율 조작과 각종 비관세 무역장벽을 포함해 67%라고 표시된 차트를 보여주었다.
이 차트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50%였다. 트럼프는 이 대미 관세율의 절반에 해당하는 25%를 상호관세로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이 발표를 본 이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미 관세가 거의 제로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의 관세율 산정을 이해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 4389억 달러를 수출했다. 하지만 미국 제품은 1435억 달러만 수입해 2954억 달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백악관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액 2954억 달러를 중국의 대미 수출 총액 4389억 달러로 나누어 중국의 대미 관세율이 67.3%라고 단순 계산한 것이었다. 물론 이는 통상적인 관세율 산정 방식과는 다르다. 다만 트럼프는 무역적자액을 관세율 계산식의 분자에 산입해 무역적자 해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상호관세율이 보여주는 또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이 있다. 동남아 국가인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에 대한 상호관세가 각각 49%, 32%, 48%, 44%, 36%, 46%로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그간 중국에 편중된 글로벌 공급망을 분산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동남아가 꼽혀왔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관세율 적용은 다소 의아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대부분은 중국이 대미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통로였다.
트럼프 1기인 2018년부터 미국은 중국에 대하여 평균 18%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었다. 중국은 해외에 완제품이나 완제품에 가까운 중간재를 보내 상표만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미국에 수출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13%까지 하락해 겉으로는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실제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의 대미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해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를 통해 이들 우회 수출도 무력화하려 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중국은 매우 강경한 자세로 대응했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표된 지 이틀 후 중국 상무부는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중국이 수출 통제한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컴퓨터 등 전자기기, 미사일과 같은 방어 무기 시스템 등의 제조에 쓰이는 고성능 자석의 제조에 필수적인 원재료이다.
중국의 희토류 채굴은 세계 전체의 69%를 차지한다. 중국은 또한 희토류의 90%를 정제 가공한다. 희토류를 사용한 자석의 90%를 생산하는 나라도 중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심각한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중국은 안보상 이유로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고 했지만 수출 통제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중국이 보복에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했다. 4월 9일 대중 관세율을 145%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이틀 후 미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올리고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실행에 옮겼다. 미중 관세전쟁이 역사상 보기 힘들 정도로 격렬하게 진행됐다.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금융시장은 아비규환에 놓였다. 4월 8일 S&P500 지수는 5000선이 붕괴했다.
주식시장의 폭락이 이어지고 채권시장마저 붕괴의 조짐을 보이자 4월 9일 트럼프는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했다. 그 직후 주가는 급반등했지만 중국과의 관세전쟁이 여전히 발목을 잡았다. 5500선 가까이 반등했던 S&P500 지수는 4월 21일 5100선으로 다시 밀렸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4.4%로 상승했다.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은 수세에 몰렸다. 언론의 공세에 중국과의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변명해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5월이 되어 희망의 조짐이 보였다. 마침내 5월 12일 백악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중이 만나 성공적으로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15%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대미 관세를 115% 인하한다고 공동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발표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양국은 표면상으로 관세를 인하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115% 관세 인상의 시행을 90일 유예한 데 지나지 않았다.
향후 3개월간 양국이 협상을 이어가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 내지 않으면 8월 중순 관세는 다시 이전의 엄혹한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관건은 양국이 과연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이다. 관세부과로 양국이 모두 큰 상처를 입었으니 어떻게든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양국 간 입장을 보면 관세전쟁의 휴전이 지속될지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우선 중국은 미국에 치명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전히 철회하지 않았다. 희토류를 수출하려면 중국 상무부의 선적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면적인 통제는 아니지만 각 수출 건에 대한 제한적 통제는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115% 인하 후에도 여전히 매우 높다. 백악관은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10% 기본관세와 20%의 펜타닐 관세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난 2월 중국이 펜타닐 수출 규제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20% 관세를 부과했다.
낮아진 30%의 대중 관세도 높은 수준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평균 1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부과한 것을 바이든 정부가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48%인 셈이다. 이 정도의 관세는 미국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1930년대 대공황을 전 세계로 확산시킨 스무트-홀리 관세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4월 9일 유예했던 상호관세도 재유예를 하지 않으면 7월 초에 다시 시행된다. 여전히 중국 제품에 의지해야 하는 미국 경제가 받을 영향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초기 상태다. 금융시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왜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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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퍼먼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francis.kim@furman.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