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2.0] (18) 분양 허용이 핵심 아니다···장기 운영 전략 고민해야

"분양형 전면 허용" vs "실패한 이유 있다" 민간 "공급 확대 위해선 분양형 허용돼야" "활성화 핵심, 운영 지속성과 주체 책임성"

2025-05-16     김정수 기자
용인 동백 스프링카운티자이 투시도 /GS건설

실버타운 업계에서 장기 운영 역량 및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활성화를 위해선 운영 책임 주체의 명확화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1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은 2015년 분양형이 폐지된 후 임대형만 허용됐다. 지난해 정부가 인구감소지역 89곳 한정으로 분양형을 재허용하면서 다시 논란이 일었다. 일부 민간사업자들은 도심 수요를 고려한 분양형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운영 주체에 대한 사전 심사나 입주자 보호 장치 등 제도 마련 없이는 과거의 실패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2015년 운영상 문제와 입주자 피해 논란으로 폐지됐다. 지난해 10월 성남시의 한 분양형 실버타운이 고급 커뮤니티를 내세워 분양됐으나 시행사 경영 악화로 시설 대부분이 폐쇄된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 해당 시설은 2015년 분양형 금지 이전에 인허가를 받은 곳으로 보호장치 부재의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공급 확대를 위해 인구감소지역 한정 분양형 허용 방침을 발표했지만 실질 수요는 의료·교통 인프라가 밀집된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관련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부 민간사업자들은 분양형을 통해서만 실버타운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비수도권 A 실버타운 운영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실버타운은 고소득층용 고급 모델과 저소득층 대상 공공 실버주택 사이에 중간 가격대 모델이 없다"며 "중저가 실버타운 공급을 민간이 감수하기엔 리스크가 크다. 정부의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 관계자는 "임대형으로 바뀐 후 10년 동안 신규 오픈한 시설이 거의 없다. 보증보험만 해도 매년 수억원의 비용이 발생해 임대형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분양형을 막기보다 운영 기준과 관리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운영 책임 구조가 불명확한 분양형의 전면 허용에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운영 주체의 철학과 책임감"이라며 "분양형이든 임대형이든 서비스 제공과 지속 가능한 운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노인복지주택 운영 주체의 목적은 어르신을 잘 모시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분양형을 요청하는 사업자 중에는 수익만 우선시하고 빠르게 분양 후 엑시트를 전제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 신규 임대형 시설도 입주율이 낮아 생활비를 할인하며 입주자를 유치하고 있지만 이러한 가격 조정은 추후 기존 입주민과 신규 입주민 간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운영의 일관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서 분양형이 폐지된 이유는 책임질 운영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임대형은 적어도 책임 주체가 명확하게 설정되지만 분양형은 운영 책임 구조가 불투명해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분양형이 반드시 실패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사실상 국내 마지막 100% 분양형 실버타운인 용인 '스프링카운티자이'는 1300세대 이상의 규모, 식사·의료·커뮤니티 운영, 병원 연계 등으로 안정적 운영이 이뤄지는 예외적 사례로 평가된다. 시행사와 운영사가 같고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월 비용(약 70만~80만원, 30평형 기준)도 유지 중이다.

운영사 에스씨(SC)의 김영수 시설장은 여성경제신문에 "분양형 실버타운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시행사가 운영에 대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설치자가 끝까지 운영하는 게 아니라 분양 수익만 챙기고 빠지는 구조였다"라며 "스프링카운티자이는 시행사와 운영사가 동일하다. 성공 여부는 사업자의 운영 책임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민이 소유권을 가진 분양형 특성상) 초기에는 입주민 민원과 소송이 많았지만 3년 동안 이를 해결하면서 단지가 점차 안정됐다"며 "중산층도 올 수 있는 실버타운을 만들기 위해 1300세대 규모로 대단지를 계획했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적정한 월 생활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버타운 활성화는 결국 운영 지속성과 주체의 책임성이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김 실장은 "분양형이든 임대형이든 가장 중요한 건 설치자 또는 운영 주체가 지속 가능한 운영 의지를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라며 "임대형도 반드시 책임 운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임대형도 PF나 향후 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 구조로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인구감소지역 한정 허용은 실효성이 부족하다. 인프라가 좋은 곳에 공급돼야 한다"며 "무분별한 허용이 아닌 시행사가 실제로 끝까지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인허가 단계부터 필터링해야 한다. 법·제도 정비 없이 풀면 과거와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책임 주체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전 심사 제도나 관리 장치가 갖춰진다면 분양형 공급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