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여성가족부 운명 갈림길···이재명 원복, 김문수 유지, 이준석 폐지
민주당 기능 강화 진정성 의심 국힘은 2030 남성 표심 의식 개혁신당, 타 부처 이관 공약
정권교체에 의해 존폐 기로에 섰던 여성가족부가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 따라 운명이 엇갈릴 전망이다. 2년 3개월째 장관 자리가 공석인 상태였던 여가부에 다시 동력이 생길지 주목된다.
15일 민주당에 따르면 선거대책위원회는 여가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검토하고 있다. 명칭 변경과 관련 ‘양성평등가족부’, ‘평등가족부’, ‘성평등부’ 등 여러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여가부의 인력을 늘리고, 부처 내 조직도 신설해서 예전의 위상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인구 문제 대응도 맡는 통합형 부처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아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최근 김문수 의원의 '출산가산점제' 발언 논란이 일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또한 2030세대 여성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파면 등을 끌어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이재명 후보의 10대 공약엔 '군 복무 경력 호봉 반영'이 포함됐고 여성을 위한 성평등 공약은 담기지 않았다.
이에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여가부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재명 후보가 직접 연설을 통해 밝혀야 한다"며 "간만 보다가 관련 행보를 자제하는 것 같은데 그러다간 전통적 지지층을 잃는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14일 경남 사천의 우주항공청에서 취재진이 여성가족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여성의 권리는 더 향상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여가부를 없애야 된다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확대하자 이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아직까지 여성의 출산과 보육, 육아·가사에 대한 일·가정의 양립 부분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 요즘 남성들도 열심히 하지만 아직 못 따라가는 점이 많다"며 "한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김 후보는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6월 세미나에서 “여가부를 폐지하기보다는 (지위를) 격상해 저출생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가 된 현재 입장이 소극적으로 바뀐 것은 2030 남성의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폐지론에 앞장서고 있다. 이 후보는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여성 표 받겠다고 여가부 확대 개편을 공약하고 중소기업 표 얻겠다고 중소벤처기업부 만든다. 쓸모없는 부처를 이름 하나 때문에 만들어내고 그걸 정리 못 하는 게 민주당의 방식”이라며 “없어도 될 부처를 만드느라 돈도 들어가고 많은 비효율을 낳는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10대 공약’에서 여가부를 폐지해 해당 업무를 복지부와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고, 통일부를 폐지해 외교부와 업무를 통합하는 등 19개 부처를 13개 부처로 축소 개편하는 ‘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 만들기’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만 이를 위해선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데 거대 야당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한국 성평등지수는 하락했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여가부의 '2024년 국가성평등지수 측정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성평등지수는 65.4점으로, 2022년(66.2점) 대비 0.8점 낮아졌다. 한국 성평등지수는 집계를 시작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꾸준하게 증가해 왔지만, 2023년에 처음으로 수치가 떨어졌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