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에너지고속도로 “중앙집중식 폭력” 논란···제2 밀양사태 우려
사실상 재생에너지 실책 덮기에 불과 육상 송전망 설비 확충도 절뚝이는데 해상 송전망은 비용·제도적 ‘비현실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에너지 공약 중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두고 다양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럴듯한 이름을 가진 이 공약을 국민이 언뜻 보기엔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보 정권이 추진해 온 재생에너지 정책의 과오를 슬그머니 덮기 위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전문가적 관점으로는 사실상 실행하기에 비현실적인 내용들도 담겨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형국이다.
15일 여성경제신문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선거캠프에서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이 후보가 지난 13일 발표한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은 남서해안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와 동해안 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 시설로 보내는 대규모 송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20GW 규모의 남서해안 해상풍력을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하고 2040년에는 동해안까지 연결하는 U자형 고속도로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전력망’이다. 단 육지에 전력망을 건설하기 어려우니 해상의 해상풍력을 기점으로 반도를 두르는 HVDC(초고압 직류송전, High Voltage Direct Current transmission system)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무분별하게 추진해 온 재생에너지 정책의 과오를 덮는 내용의 총합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먼저 나오고 있다.
문 정부를 필두로 한 재생에너지론자들은 재생에너지가 분산형 전원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등이 안전성의 문제로 도심 수요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건설돼 송전망을 통해 수요지로 끌어오는 방식이었다면 크기와 용량이 작은 재생에너지는 수요지 주변마다 분산되어 설치돼 송배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문 정부 5년간 수도권이나 인구가 몰려 있는 도심지가 아닌 대규모 수용가도 없는 전남도와 제주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과도하게 공급해 오면서 공급지와 수요지가 분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송배전이 필요 없다는 초기 설명과 다르게 막대한 규모의 송배전 시설이 필요한 상황을 자초하게 됐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이재명 후보의 에너지 고속도로는 이런 거대한 착오적 실태를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여 덮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며 “에너지 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발전소는 지방에, 수요는 수도권에 몰아넣는 ‘중앙집중식 장거리 송전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수없이 반복됐던 정부와 주민 간 갈등이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남서해안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와 동해안 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 시설로 보내는 대규모 송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책위는 “수도권과 반도체 클러스터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송전선로가 육지로 상륙해 장거리로 다시 이동해야만 하는 상황이 반드시 발생한다”며 “결국 이재명 후보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은 새로운 ‘밀양’을 또다시 반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상 송전망은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 송전망 인프라는 국가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돼야 하는 사업인데 현재 육지 송전망 인프라 구축도 재정난에 사로잡혀 더딘 상황이다. 한국전력은 송·변전 설비에 56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력망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추진이 어렵다.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 205조5000억원의 부채, 34조7000억원의 누적적자를 떠안고 있는 등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HVDC는 변환 설비 및 조상설비 필요 정류기, 인버터 등 필수 장치가 고가이기에 설치 및 유지·보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전력망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전이 부담하게 되며 결국 그 비용은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는 구조여서 그럴듯해 보이는 이 후보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은 냉정하게 말해 현실성이 제로(0)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