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2.0] (17) 실버타운 재무 '빨간불'···정부, 규제 풀고 손 놓았나

실버타운 곳곳에 자본잠식 경고등 규제 완화만…운영 리스크 민간 몫 “복지 아닌 고령 리스크만 키운다”

2025-05-15     김현우 기자
한 민간 실버타운 운영업체 대표는 여성경제신문에 “민간이 고령사회 주거 복지의 최전선에 서 있는 상황인데 정부는 책임은 지지 않고 규제만 열어준 셈”이라며 “보건복지부나 국토부 차원의 후속 관리 제도가 없으면 결국 입소자들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실버타운 업계를 두고 '민간 자율 시장을 열고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사회 대안 주거로 주목받는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의 최근 경영 실태가 심상치 않다. 여성경제신문이 15일 국내 주요 실버타운 3곳의 2024년 감사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자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와 자본잠식 우려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A 실버타운은 2024년 기준 자산총계가 36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부채는 3246억원으로 253억원 늘어나 오히려 자본총계는 110억원 줄어들며 자본잠식 우려가 커졌다. 누적 결손금은 849억원에 달해, 자본금(30억원)의 28배 수준이다.

B 실버타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총자산 804억원, 총부채 774억원으로 부채비율 96%에 육박했다. 당기순손실은 2023년 6300만원에서 2024년 4억8200만원으로 급증했다. 병상 운영 수익은 줄었지만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차입금 이자 부담은 늘었다.

C 실버타운은 자산이 2261억원에 달하지만 자본총계는 고작 685만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사실상 100%에 가까운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5% 급감했다.

실버타운 ‘부채 경영’의 덫에 갇히다

세 기관 모두 차입금 기반으로 자산을 확장한 전형적인 부채 주도 성장 구조를 보였다. A 실버타운의 경우 보유 현금이 52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대부분 금융기관 차입금에서 유입된 자금이었다. 연간 이자비용만 43억원에 달해 순수 영업으로는 재무 건전성 회복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A 실버타운은 더 이상 신규 분양 수익이 없는 상태다. 2023년 198억원이던 분양수익이 2024년엔 ‘0원’으로 떨어졌다. 대신 고정비 중심인 복지시설 및 호텔 운영 수익만으로 버텨야 하는 구조다. 해당 실버타운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사업모델은 계속 바뀌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 체계는 정체되어 있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적 위기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무대응이라는 점이다. 2023년 정부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통해 실버타운 설립 요건을 일부 완화했다. 사용권만으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지만 동시에 필요한 재무 건전성 심사, 공공 보증, 장기 운영계획 검증 등에 대한 후속 정책은 전무하다.

한 민간 실버타운 운영업체 대표는 여성경제신문에 “민간이 고령사회 주거 복지의 최전선에 서 있는 상황인데 정부는 책임은 지지 않고 규제만 열어준 셈”이라며 “보건복지부나 국토부 차원의 후속 관리 제도가 없으면 결국 입소자들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실버타운에 대해 '건강한 노년을 위한 복합 주거모델'로 포장했다. 다만 요양·의료 기능을 겸비한 통합형 실버타운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실버타운은 대부분 양로시설 또는 유료노인복지주택 형태이며 장기요양보험과도 연계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초기 입소 보증금은 3억~5억원 수준으로 중산층 이상만 진입 가능한 구조다.

B 실버타운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부동산 논리로 설계된 실버타운에 공공성은 없고 민간의 손에만 맡겨진 현재의 구조로는 지속가능한 노인 복지 정책이 될 수 없다"며 "정부가 실버타운을 고령사회 해법이라 말하고 싶다면 단순한 ‘토지 소유 요건 완화’가 아니라 운영 감시·품질 인증·재무 안정화 장치까지 포함된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 지금의 실버타운은 ‘주거 복지’가 아니라 ‘고령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