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리스크 결국 민간에게···'계약 이전' 결정에 전문가 '우려'
영업정지 후 가교보험사 거쳐 계약 이전 수순 질병·상해 등 장기보험 151만 건 5대 손보行 전문가 "관리 실패 본질···퇴출 조건 강화해야"
MG손해보험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된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가교보험사 경유 계약이전' 방식에 대해 전문가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간 보험사에 손실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부실 방치에 가까웠던 당국의 관리 책임을 묻고 나섰다.
14일 금융위원회는 MG손해보험에 대해 15일부터 6개월간 신규 보험계약 체결과 기존 계약의 조건 변경을 전면 금지하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기존 보험계약 151만 건은 예금보험공사가 설립하는 '가교보험사'를 거쳐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5대 대형 손보사로 이전된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 같은 계약이전 방식이 '민간 손보사에 부담을 전가한 비효율적 구조'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장기보험 계약의 리스크는 단기보험과 달리 숨겨진 비용이 크기 때문에 손보사 입장에선 인수하기 쉽지 않다"며 "정작 보험사들이 인수하면서 돈을 받아야 할 상황인데 정부가 오히려 '민간에다 대고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그는 "오래된 고금리 상품이 많은 MG손보 장기보험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는 보험사들에 손실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실손이나 자동차보험처럼 단기계약은 이동이 쉽지만 장기보험은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교수는 또한 "10년 넘게 MG손보가 부실기업으로 지정돼 있었는데도 당국이 자기자본 확충이나 조기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았다"며 "지금의 사태는 관리 실패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 역시 본지에 "MG손보 사례는 고용승계 불확실성이 기업 매각을 좌초시킨 대표 사례"라며 "사회적 대화 부재와 노사 간 불신 구조가 결국 청산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산은 고용 붕괴, 보험계약자 불안, 산업 신뢰 저하 등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며 "인수 후 단계적 고용조정이 오히려 낫다는 점에서 제도적 중재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MG손보가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네 차례 매각이 무산되고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결정된 것이다. 당국은 보험계약자 보호와 업계 신뢰를 지키기 위한 '질서 있는 퇴출'로 설명하고 있다.
5대 손보사로의 계약 이전이 당장 이뤄지지는 않는다.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할 가교보험사가 1~2년간 MG손보의 기존 계약을 관리한 뒤 준비가 완료되는 순서에 따라 5대 손보사로 계약을 넘긴다는 계획이다. 계약 조건은 보장내용, 만기, 보험료 수준 등 모든 항목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전 비용은 공적 자금이 아닌 예금자보호기금을 통해 충당된다.
하지만 해당 가교보험사는 보험영업이 불가능하며 기존 인력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하다. MG손보 노조는 지난 13일 집회를 열고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이들은 "고용 승계 없는 구조조정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상봉 교수는 "노조가 일자리만 고집하며 인수를 막는 것은 소탐대실이었다"며 "회사가 망했는데 고용을 지키라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으며 따라서 노동시장이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대종 교수는 "청산이라는 극단적 해법보다는 M&A 과정에서 고용 조정의 틀을 사전에 설계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 모델이 필요하다"며 "정부·노조·인수 주체 간 사전 중재 메커니즘 부재가 향후 매각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계약을 인수하게 될 손보사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손해를 감수한 '고통 분담'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정부로선 소비자 보호를 우선시한 결정이지만 인수 보험사들은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번 기회를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고객 유치의 계기로 삼는다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또한 "MG손보 사태가 10년 넘게 방치된 것은 당국의 감독 실패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부실 보험사에 대한 퇴출 조건과 업권 규제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하고 금융당국의 사전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