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GPU 사재기 韓 AI 정책···프랑스·UAE와 달라도 너무 달라

과기부, 엔비디아 칩 1만장 매입 천명 단순 장비 조달 그쳐···플랫폼은 부재 혈세 들인 장비로 외국 LLM 배불리기

2025-05-14     이상헌 기자
NVIDIA Blackwell HGX B100. 엔비디아의 차세대 고성능 GPU 아키텍처인 Blackwell을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센터용 GPU 서버 시스템으로 주로 인공지능(AI), 기계 학습(ML), 데이터 분석, 고성능 컴퓨팅(HPC) 작업에 최적화돼 있다.

정부가 연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을 확보하며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나섰지만 단순 장비 확보에 그치는 ‘명품 사모으기’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클라우드 위탁, 데이터 활용 설계 부재, 자체 플랫폼 결핍으로 초고가의 하드웨어가 실질적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유상임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첨단 GPU 확보 추진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일 통과된 1조46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총 1만장의 최신형 GPU를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엔비디아 GPU H200 6400장, B200 3600장 등 총 1만장을 확보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를 통해 구매하고 이를 통해확보한 GPU는 국가 AI컴퓨팅센터를 통해 산학연에 배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5~6월 중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를 공모해 선정하고 7월 GPU 발주, 10월부터 순차적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예산으로 확보한 GPU 자원은 국가 AI컴퓨팅센터(SPC)에 귀속되고 일부는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가 임대 운영비 명목으로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국가는 세금으로 장비를 사주고, 민간은 GPU 장사를 하며, 정작 고품질 데이터는 해외 모델에 흡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작 데이터는 국내에서 수집되지만 이를 활용해 학습하는 모델은 대부분 외국산인 실정이기 때문이다. AI 연산의 핵심 자원인 GPU를 민간 클라우드 업체에 위탁해 운용하는 방식도 논란이다. 네이버클라우드, KT 클라우드, LG CNS, 더존비즈온 등 국내 CSP들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과 비교해 보안성과 신뢰성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또한 정부가 GPU 1만장을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 없이 매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순 응답 자동화, 시뮬레이션, 데이터 처리 등 기존 시스템에서도 가능했던 작업에 고가 부품을 장착해 운영하는 형식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네이버클라우드 국가 AI 데이터센터 내 전산실 전경.

특히 광주 국가AI데이터센터는 민간 기업에 GPU를 임대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지만 AI 모델이나 연산 플랫폼은 외국산에 의존하는 현실이어서 결국 단순 연산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또한 방위·보건·행정·교육 등 분야별 기관들이 각자 AI를 도입하더라도 플랫폼 통합 전략이나 구조 설계 원칙 없이 개별 부처 단위로 분산될 경우 국가 차원의 통제력과 전략 일관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의 AI 전략이 명품 GPU를 먼저 확보해 외주 운용에 맡기는 '위탁형 구조'에 머무는 반면, 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UAE)·프랑스 등은 '설계 중심'의 국가전략형 접근으로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먼저 싱가포르는 국책기관(AI Singapore)을 통해 자국 언어와 윤리 기준을 반영한 대화형 AI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GPU는 정책을 뒷받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클라우드 역시 국가와 민간이 연동된 허브 형태로 운영되며전체 구조는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운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UAE는 TII(Technological Innovation Institute)를 중심으로 팔콘(Falcon) 시리즈를 자체 설계·훈련하며 GPU는 내재 자원으로 운용된다. 정치·종교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문장 설계를 목표로 하며 자체적인 피드백 루프 감응 구조를 전면 채택해 국가 정체성 강화를 우선시한다.

프랑스는 미스트랄(Mistral)이라는 오픈소스 AI 모델을 중심으로 유럽연합(EU)의 전략자산으로 육성하는 자생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자체 개발한 모델을 훈련·운영할 수 있는 독립 서버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세계 최대 오픈소스 플랫폼인 허깅페이스(HuggingFace)와도 연계해 외산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개발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GPU 등 고성능 장비는 수단일 뿐 모델·데이터·클라우드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통제하며 AI 주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