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노트] 예술의전당 오페라 ‘물의 정령 ‘세계를 노리는 보편 공감의 K-클래식
기후변화·권력 문제 동화처럼 표현 보고 듣고 향기까지 느끼며 작품 감상
예술의전당이 선보이는 창작 오페라 <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이하 물의정령)은 물의 정령에 홀린 공주를 구하기 위해 물시계 장인이 나서는 서사를 중심으로, 두 여성 캐릭터를 통해 물과 시간이라는 보편적 상징을 풀어낸다. 한국의 전통적 모티브를 바탕으로 하되, 기후변화, 권력구조, 세대 전환 등 현대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12일에 열린 예술의전당의 기자간담회에서 공주 역의 소프라노 황수미는 단순히 여 주인공 두 명이 펼치는 여성 서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다룬 이야기"라고 강조하며, "기후변화와 권력의 문제를 동화처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장인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이를 "구세대(왕, 장인)에서 신세대(공주, 제자)로 지혜와 권력이 전승되는 이야기"라는 해석을 더했다.
작곡은 오페라와 영화 음악을 넘나드는 호주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가 맡았는데, 그는 한국 문화에서 물이 가지는 상징성에 주목하여 물을 핵심 소재로 삼았다. 타악기를 통해 물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소개한 그는 매끄럽게 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많이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성악가들은 초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가능성에 기대를 드러냈다. 테너 로빈 트리츌러는 “초고를 보고 당황했지만, 작곡가가 유연하게 대응해줬다”고 말했고, 황수미 역시 “불가능할 줄 알았지만 끝까지 수정과 협력을 통해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정미는 “완벽에 가깝게 다듬어 가는 과정 중에 있다. 그렇지만 초연이니만큼 관객의 인내와 너그러움”을 당부했다.
이번 작품은 영어 오페라로 제작했다. 예술의전당 측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K-오페라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관객들이 오감으로 오페라를 경험할 수 있도록 특별한 이벤트도 준비한다. 공연 전 아르떼뮤지엄의 대표 미디어 작 ‘스태리 비치’를 무대 위에서 만나고,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 센트바이가 조향한 향기를 음미할 예정이다. 관객은 말그대로 보고 듣고 향기까지 느끼며 작품 감상에 몰입할 수 있다.
지휘는 스티브 오즈굿, 연주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그리고 합창은 노이 오페라 코러스가 맡는다. 공연은 5월 25일 ~ 31일(3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여성경제신문 한형철 초빙기자 donham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