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관세도 비껴갈 K-뷰티 ODM ‘투톱’···실적 호조에 해외 공격 투자
코스맥스·한국콜마 1분기 실적 급증 공장 증설 및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 인디 브랜드 수주 증가, 관세 리스크↓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사 ‘투톱’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K-뷰티의 글로벌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실적 호조를 보였다. 미국 공장도 보유한 양사는 최근 미국의 고관세 정책 영향에도 자유로워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국내 생산량도 크게 늘면서 공장 신설과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코스피 상장사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콜마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은 65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2% 증가, 영업이익은 599억원으로 84.8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순이익은 232억원으로 91.99% 늘었다. 특히 한국 법인인 한국콜마 매출은 2743억원으로 11% 늘고, 영업이익은 339억원으로 49% 증가했다. 1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인 셈이다.
해외 법인 실적도 크게 성장했다. 중국 무석 법인 매출은 416억원으로 2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73% 늘었다. 미국 법인 매출은 217억원으로 211%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1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한국콜마는 미국 법인의 경우 관세 정책으로 한국과 글로벌 고객사들의 생산 견적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캐나다 법인은 매출이 87억원으로 3% 줄었고 1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를 지속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선케어 수출 호조와 메이크업 부문 매출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며 "미국법인은 주요 고객사의 생산 물량 확대로 실적이 큰 폭으로 향상됐고 중국법인도 선케어 주문 증가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성장했다"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이 58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13억원으로 12.9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코스맥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영업 외에서 순 금융 손실이 290억원 발생해 순이익은 106억원으로 45.82% 줄었다. 코스맥스가 보유한 코스맥스이스트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전환사채(CB)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17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법인세 비용으로는 146억원이 계상됐다.
한국법인 매출은 36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영업이익은 343억원으로 14% 증가했다. 조직 재활성 물질인 PDRN(폴리 데옥시리보 뉴클레오타이드)이나 트라넥사믹애시드 등 고기능성 성분을 함유한 겔 마스크, 에센스 등이 판매 호조를 보인다. 또 색조 제품과 선케어 분야에서도 하이브리드 제형을 비롯한 혁신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전 카테고리가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인도네시아법인 매출은 296억원으로 22.8% 증가했다. 선케어 제품과 클렌징 제품 판매 증가가 도드라졌다. 순이익은 27억원으로 17.5% 늘었다. 태국법인 매출은 152.1% 증가한 239억원이었다. 순이익은 21억원으로 작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중국법인은 현지 화장품 시장의 회복세에 힘입어 매출이 1627억원으로 3.4% 늘었다. 중국법인 순손실은 49억원이다. 미국법인의 매출은 신규 고객사의 매출 반영이 늦어지면서 26% 감소한 287억원에 그쳤고 순손실이 117억원 났다.
이처럼 ODM·OEM 업계는 K-뷰티 인기로 인디 화장품 브랜드의 수주가 급증하면서 수혜를 입고 있다. 커지는 수요에 생산 시설도 확대 중이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평택 2공장을 완공하며 국내 생산 거점을 총 6곳으로 확대했고, 올해는 화성과 평택 1·2공장의 설비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이로써 국내 연간 화장품 생산량은 지난해 7억8000만 개에서 올해 10억1500만 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콜마 역시 인천남동공단에 6600㎡(2000평) 규모의 신규 색조 화장품 공장을 설계 중이며, 현재 색조 화장품 1만4000개를 제조 중인 기존 부천공장과 함께 인천공장까지 가동되면 색조 제품 생산 규모가 현재보다 두 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발판도 탄탄하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도 강점이다. 경쟁 업체들이 관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될 경우 오히려 그 틈을 비집고 수주 확대 등의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크다.
특히 한국콜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짓고 있는 제2공장의 임시 준공을 이달 승인하고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 공장은 기초 및 선케어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콜마의 미국 내 총 생산능력은 약 3억 개로 증가하게 된다.
코스맥스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태국에 내년 9월 가동을 목표로 신공장을 건립 중이며, 인도네시아에도 신공장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1300억원을 투자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상하이에 코스맥스차이나 신사옥과 생산설비를 짓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공장 증설로 글로벌 생산능력을 지난해 31억 개에서 올해 33억 개로 늘릴 예정이다.
한편 2019년 1만5707개였던 국내 화장품 브랜드 수는 지난해 2만7932개로 급증했으며, ODM사는 인디 브랜드 제품 개발, 생산, 수출까지 전방위 지원을 확대 중이다. 이에 따라 수주 증가, 생산역량 강화, 매출 확대가 이어지며 ODM 업계 성장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눈에 띄는 성장세는 K-뷰티 열풍과 글로벌 화장품 시장 재편 속에서 이들이 가진 생산 경쟁력과 선제적 투자, 그리고 현지화 전략 덕분”이라며 “국내에서는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신규 브랜드 수가 급증하면서 ODM·OE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이에 발맞춰 두 회사 모두 대규모 공장 신설과 증설에 적극 나서면서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충했다. 최근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선케어, 색조, 하이드로겔 마스크 같은 신제품 개발과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전략도 실적 개선에 한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