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더봄] 이런 체육대회 본 적 있나요?···10남매 후손 100여명 매년 만나 즐거운 축제

[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매년 이어지는 가족 체육행사 10남매 자손이 모여 즐기는 이런 체육대회 또 볼 수 있을까?

2025-05-16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체육대회가 끝나고 단체 기념사진 촬영 /박종섭

저출산으로 줄어드는 인구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60년 6.0명에서 2024년 0.75명으로 1.0명을 밑돌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저출산 국가가 되고 있다. 저출산 국가의 문제점은 노동력 부족, 사회보험 부담 증가, 소비시장 위축, 가족 기능 약화, 세대 간 갈등, 지역 사회 활력 감소, 생산성 저하 등 수많은 곳에서 노출된다.

지역적으로 오랜 전통을 가진 초·중·고등학교가 폐교되거나 통합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대학은 학생 수 미달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위기 상황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대가족에서 핵가족화의 변화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경주김씨 10남매  가족 체육대회 /박종섭

10남매의 자손들이 모이는 가족 체육대회

아마 이 시대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10남매 가족 체육대회가 열렸다. 오랫동안 이어온 경주김씨 가족 체육대회다. 10남매 자손들 100여명이 모여 친목을 다졌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소수의 인원으로 출발하여 10남매 자손들로 확대되어 왔다.

시초는 충청북도 진천의 실원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실원리 마을에 살고 있던 경주김씨 농촌 총각이 결혼하면서 딸 여섯, 아들 넷이 탄생했다. 열심히 살림을 일으키고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10남매는 모두 가정을 꾸리고 잘 살았다.

운동장에 모여 행사 준비 /박종섭

어느덧 세월은 흘러 그는 세상을 떠났고, 남은 10남매 자손들은 의좋게 한 가족이 모여 즐기는 행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작게 출발했던 모임은 10남매 가족 체육대회라는 큰 행사로 친목을 다지게 되었다.

10남매 자손들이 다시 혼인하여 출생하면서 친손자 외손자 자손들을 다 헤아리니 한 할아버지 자손들이 200명 가까이 되었다. 그중 매년 100명 전후의 인원이 모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개회사와 축사 /박종섭

잔디광장에 모여 개회사와 축사가 이어지고

요즘은 핵가족화 시대로 한 가정에 10남매를 낳는 것은 뉴스거리가 된 세상이다. 앞으로 10남매를 낳아 이런 체육행사를 하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이런 행사를 하려면 여러 가지가 서로 뜻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체육대회는 고향인 진천군 광혜원의 산업단지 내 잔디광장을 빌려 하고 있다. 올해는 족구와 미니 골프, 명랑운동회, MVP를 뽑는 행사로 진행되었다. 개회식 시간에 맞추어 속속 가족들이 도착했고 세 팀으로 나누어 (노랑, 파랑, 녹색) 준비된 조끼를 입었다. 개회식이 시작되자 10남매 중 여덟째인 김희동 씨의 경과보고와 인사가 있었고, 다섯째인 딸의 축사가 있었다.

넷째 가족의 가족 소개 시간 /박종섭

서로의 얼굴을 익히는 소중한 가족 소개 시간

개회식에 이어 가족 소개 시간이 되었다. 10남매 가족 100명이 모였으니 가족 소개는 필수였다. 첫째부터 열 번째 가족 순으로 참석 가족이 모두 앞으로 나와 가족 소개를 했다.

참가자의 목걸이에는 가족을 알아볼 수 있는 명찰이 하나씩 걸렸다. 인원이 100명 가까이 되다 보니 누가 어느 집의 자손들인지 알 수 없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일련번호로 적힌 명찰이 고안되었다.

2025년 열리는 체육대회는 일련번호 다섯 숫자가 등장했다. 명찰의 [1-1-1-1-1 김00]의 숫자로, 제일 앞의 1은 그분의 10남매 중 첫 번째 자녀, 다음 1은 그 자녀분의 첫 번째 손자 손녀, 또다시 그분의 증손 또는 증손녀, 이러한 순서로 내려가 자신의 이름이 주어지게 된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명찰만 봐도 10남매 중 몇째의 몇째 자손들인지 한눈에 구분이 되었다.

개회사와 가족 소개 / 박종섭

시간이 걸렸지만, 가족 소개를 하면서 서로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누구의 배우자인지, 그 자녀는 누구인지 소개가 되었다. 이렇게 소개하고 나면 오가며 만나도 일련번호 명찰과 얼굴을 보고 훨씬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행사 이런 자리가 아니라면 밖에서 만나도 친척인지 남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맛있는 뷔페로 즐기는 식사 시간 /박종섭
즉석에서 구워주는 삼겹살 /박종섭

맛있는 뷔페로 즐거운 점심시간

개회식에 이어 각 조의 조장이 뽑히고 가족 소개가 이어지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준비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동식 뷔페로 준비한 음식이 푸짐하다. 올해는 특별히 뷔페 음식에 더하여 즉석에서 구워주는 삼겹살 구이가 추가되어 인기가 좋았다. 각종 음료와 막걸리, 맥주, 소주가 준비되어 서로 나누며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다.

언제나 먹는 자리는 즐겁다. 친척끼리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가족들을 소개하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어린아이들은 해마다 죽죽 커서 볼 때마다 놀란다. 이렇게 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목이 굳어진다. 재미있게 식사하다 보니 이제 본격적으로 체육행사를 할 시간이 되었다

열띤 경쟁의 족구 경기 /박종섭
족구 경기 규칙 설명 /박종섭

열띤 경쟁의 족구 경기

유난히 오늘은 구름이 끼어 따가운 햇살을 가린다. 파랗게 깔린 인조 잔디 위로 시원하게 불어오는 맑은 공기가 체육대회를 더욱 빛나게 한다. 다시 운동장에 모여 조별 대진표에 의해 종목별 경기가 이어졌다.

운동장 한쪽에 설치된 족구 경기에 선수들과 응원단이 둘러싸여 열띤 경쟁이 벌어진다. 간혹 공을 놓쳐 실수해도 즐겁다. 작년에는 피구 경기를 했었는데 올해는 족구 경기로 바꾸었다. 저마다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며 승부가 이어졌다.

미니 골프 대회. 홀인원도 나오고 /박종섭

미니 골프

또 다른 한쪽에서는 미니 골프가 시작되었다. 어른 선수 3명씩 조별로 출전하여 4개의 홀을 돌아 홀별 타수로 최종 점수를 가린다. 가장 적은 타수가 나온 순서로 순위가 정해진다. 이벤트 행사로 뒤집기 경기가 마지막으로 진행되었다. 어른과 초등학교 어린이가 짝이 되어 서로 번갈아 치며 마지막 점수를 뒤집는 경기였다.

점수는 본부에 보고되어 전체 점수로 연결된다. 정식 경기가 끝나고 이벤트 경기가 흥미진진하다. 이벤트 경기는 5명이 1000원씩 내어 우승자에게 현장에서 즉석 시상을 하는 경기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내기는 흥미진진하다. 두 번째 홀에서 드디어 홀인원이 나왔다. 모두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판 뒤집기 /박종섭
명랑운동회 고리 던져 걸기 /박종섭
신발 멀리 던지기 /박종섭

웃음과 재미가 더하는 명랑운동회

단체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본부석 앞에서는 명랑운동회가 열렸다. 고리 던지기로 동그란 고리를 던져 목표물에 걸어 넣는 경기다. 열심히 던져보지만 그렇게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표정만큼은 진지하다.

그다음 판 뒤집기도 조별로 여러 명의 선수가 출전하여 경쟁하였다. 마지막 명랑운동회의 끝은 신발 멀리 보내기다. 출발선에 선수들이 서서 한쪽 신발을 발의 탄력을 이용하여 멀리 보내는 게임이다. 웃음과 재미가 더해져 모두가 흥겹고 즐겁다.

가위 바위보 MVP /박종섭
MVP 최종 우승자 /박종섭

MVP 가위, 바위, 보 게임

마지막으로 가위, 바위, 보 게임으로 MVP를 뽑았다. 가위, 바위, 보의 표지판 앞에 서서 진행자의 숨겨진 가위, 바위, 보와 싸워 이기면 살아남고 지면 죽는 게임이다. 몇 차례 진행되면서 최후로 살아남는 한 명을 MVP로 선정하는 게임이다. 살려고 옮겨갔다가 죽는 줄에 잘못 서 탈락하는 사람이 있어 재미가 있다.

최종 우승팀 결정  트로피를 들고 환호 /박종섭
참가 기념품도 나눠주고 /박종섭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종목별 게임이 끝나고 최종 점수가 집계되었다. 올해 종목별 최종 점수를 합계한 결과 노랑 팀이 1등, 초록 팀이 2등, 파랑 팀이 3등이 되었다. 1등 팀에게는 전체 인원에게 1만원씩 시상금이 수여되고 트로피를 줬다. MVP에게도 크리스털 꽃병을 수여해 축하했다.

승부를 떠나 즐거운 체육행사를 아무 사고 없이 끝낸 것이 다행이었다. 모두가 승리자였다. 참가 가족들에게는 참가상으로 선물이 하나씩 주어졌다. 폐회식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 촬영을 하였다.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 다시 볼 것을 약속하며 각자 운동장을 떠났다.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