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불완전판매 민원도 '3진 아웃'?···설계사 잠적 시 '막막'
설계사 부재 시 '확인 불가' 이유로 민원 기각 당국 민원도 최대 3회···소송 외 구제 수단 無 전문가 "제도 활용 어려워···윤리 강화 시급"
보험 불완전판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계약 해지나 환급을 요구해도 설계사 부재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민원이 반복 기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당국에 제기한 민원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실상 소송 외에는 구제 수단이 없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보험상품 가입 과정에서 허위 설명이나 중요사항 미고지 등 불완전판매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우선 보험사 고객센터를 통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민원인이 이 단계에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사망 보장 상품을 단순 저축성 보험으로 알고 가입한 피해자 A씨는 여성경제신문에 "필요하다는 서류를 제출했지만 약관 중 작게 쓰인 '사망 시 보장' 글자가 있다며 설계사의 불판 인정이 없는 이상 환급이 어렵다고 했다"고 밝혔다.
불판 사실이 인정될 경우 환급 책임은 보험사가 아닌 해당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에게 돌아간다. 문제는 설계사와 연락이 끊긴 경우다. 소비자가 계약 당시의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설계사 본인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보험사는 '사실 확인이 어렵다'며 민원을 기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에서 민원이 기각될 경우 소비자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 3회까지만 접수할 수 있기에 이 과정에서도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남은 방법은 민사소송 또는 형사고소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보험 특성상 계약 당시 녹취나 서면 증거가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고 소송으로 이어져도 입증 부담은 온전히 소비자가 지는 구조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민원 고민을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년 전 가입한 보험에서 피해를 입었지만 설계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몇백만원 손해를 보더라도 해지하는 방법뿐인 것 같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관리 강화와 함께 소비자 입증 책임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 역시 판매 조직의 윤리성 강화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류성경 동서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구제 제도가 있음에도 일반 보험 소비자는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판매 채널은 고객에게 가장 적절한 상품을 추천해야 하고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