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 일단락···韓 수출은 '숨통', 코스피는 '잠잠'
美中 관세전쟁 90일 '휴전' 합의에도 한시적 휴전 가능성에 신중론 제기 뉴욕증시 '급등'에도 코스피는 '신중'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일시적 휴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글로벌 무역 전쟁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이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조치가 한시적인 데다 향후 협상 추이에 따라 다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에서 미·중 양국은 오는 14일부터 상호 관세율을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기존 145%에서 30%로,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25%에서 10%로 각각 낮아진다. 양국은 이번 조치가 무역 긴장을 완화하고, 추가 협상을 위한 90일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한국 수출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역 전쟁 격화로 타격을 입었던 한국 입장에선 글로벌 공급망 회복에 따른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향후 한미 통상 협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오는 15~16일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고위급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 측이 구체적인 요구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번 합의가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전쟁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 사태 관리 국면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통상 협상도 이전보다 원만하게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의 대미 수출이 재개되면 중간재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대중 수출 부진도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미·중 협상이 타결되면 통상 정책과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 수출은 물론 전체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이번 합의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후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불확실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간밤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모두 급등 마감했다.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대부분의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한 영향이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81% 뛰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26% 상승했다. 나스닥종합지수도 4.35% 급등했다.
하지만 전날 기대감을 선반영한 국내 증시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4% 오른 2608.42에 강보합 마감했다. 이번 미·중 관세전쟁 휴전 소식이 한시적 조치인 데다 오늘 밤 예정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경계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15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575억원, 1057억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02.4원)보다 13.6원 오른 1416.0원에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미·중 무역 기대감에 해운을 포함한 운송 업종이 7.67% 급등했다. 헬스케어(2.40%)와 경기소비재(2.22%)도 강세였다. 반면 2차전지(-2.58%), 철강(-1.63%), 유틸리티(-1.01%), 전기·가스(-3.10%), 금속(-2.23%), 종이·목재(-1.63%), 비금속(-1.02%) 등은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SK하이닉스(1.79%), 삼성바이오로직스(0.91%), 현대차(0.46%) 등이 상승했고, 삼성전자(-1.22%), LG에너지솔루션(-2.95%), 삼성전자우(-0.95%) 등은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6.48p(0.89%) 오른 731.88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5.71포인트(0.79%) 오른 731.11로 출발한 뒤 장중 1% 넘게 오르는 등 강세를 지속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397억원, 594억원을 각각 순매수했고 개인은 872억원을 순매도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미·중 관세 인하 기대감 선반영에 따른 숨 고르기, 코스닥은 제약·바이오주의 반등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다"면서도 "미·중 합의가 '90일 유예'라는 점과 트럼프 1기 당시 사례를 고려하면 경계심리가 여전하고,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도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협상이 '한시적 조치'라는 점에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고, 급락했던 글로벌 증시가 대부분 쉬지 않고 V자 반등을 이어왔다는 점도 차익실현 압력을 강화했다"며 "오늘 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관망심리와 미국 주요 기업들의 단가 인상 소식 등에 따른 경계심리도 일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