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기이한 경선과 보수의 미래

[신율 칼럼] 국힘이 자초한 혼란과 이준석의 부상  단일화만 중요시, 권력 속성 이해 못해 김문수 후보 귀환은 '비정상의 정상화'

2025-05-13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평소 보기 힘든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대선 후보를 교체하려 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주류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후보로 교체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한덕수 후보가 정말로 그렇게 경쟁력 있는 인물이었다면 애초에 대선 후보로 ‘추대’했어야 했고 최소한 사전에 입당시켜 경선에 참여하게 했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대선 후보 경선은 예정대로 치른 뒤 그 이후에 단일화를 추진하는 ‘기형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런 식으로 대선을 ‘준비’했으니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되던 당시부터 그 방식이 매우 ‘기이하다’고 생각해 왔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민주당이 주도하는 선거 프레임을 어떻게 깰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후보 선정이 출발했어야 했다. 

민주당이 설정한 대선 구도는 ‘내란 옹호 세력’ 대 ‘민주주의 수호 세력’이라는 프레임이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동훈 전 대표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계엄을 막았으며, 윤 전 대통령이 비상식적이고 반헌법적으로 계엄을 선포했을 때 이에 맞서 탄핵에 앞장섰던 인물을 후보로 내세웠어야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경선은 누가 더 단일화에 적극적인지를 기준으로 삼았고, 이러한 기준 하에서 치러진 경선은 필연적으로 기이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방식이 ‘기이한’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권력의 속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본질적으로 집중되는 속성을 가지며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누구든지 권력을 쥘 수 있다고 믿는 이상,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권력 현상이며 정치 과정은 권력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국민’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에서의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표’를 얻어야 하고 승리하면 곧 권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얻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국민’을 의식하는 이유 역시, 바로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국민의힘 역시 정치인들이 모인 정치 집단임은 분명한데 과연 이들이 권력의 이러한 속성을 몰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구성원들도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고 정치는 본질적으로 권력 투쟁이라는 점도 잘 인식하고 있었을 텐데,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인사가 단일화를 이유로 자진해서 물러날 것이라 기대했다면 이는 그들의 인식 구조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모든 사태는 국민의힘이 자초한 결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정당의 공식 절차를 통해 선출된 정통성을 갖춘 대선 후보인 김문수 후보의 귀환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기이한 행태’를 연출한 세력이 여전히 국민의힘의 주류로 존재하는 한, 보수층이 다시 국민의힘을 신뢰하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7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학생들과 '2030 현장 청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대권을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보수층이 눈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일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과거 ‘싸가지’ 논란으로 인해 비호감 이미지를 갖기도 했지만 현재로서는 보수 정치인 가운데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됐을 당시 탁월한 정치 감각과 전략적 역량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았었다. 그런 그도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박해’를 받으며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던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소수 정당 후보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고 이제는 다시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과의 후보 단일화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에 나서는 순간 국민의힘의 이미지에 섞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적 현실’보다 ‘정치적 미래’다.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는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