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보안' 머스크표 '스타링크'···해킹 공포에 지친 韓 통신시장 정조준
SKT, 미흡한 대응에 소비자 신뢰 추락 소비자, 통신 3사 독과점 구조적 비판 스타링크, 유심 없이 위성과 직접 연결 "가격 경쟁력, 소비자 신뢰 확보가 관건"
2025-05-09 김성하 기자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으로 약 2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가입자 이탈은 물론 국내 통신 3사의 독점 구조와 신뢰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올해 상반기 한국 정식 서비스를 예고하며 제4의 통신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유심 사태 여파가 본격화한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번호이동 건수가 약 10만 건 증가했으며 일평균 약 3만명의 가입자가 SK텔레콤을 이탈한 것으로 분석했다.
가입자 이탈과 주가 하락 등 역대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SK텔레콤은 현재 탈레스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유심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이달 12~13일 유심 물량을 대량 공급받아 일평균 25만~30만명 수준의 유심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 유출 자체뿐만 아니라 사고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미흡한 대처로 문제점이 다수 지적되며 국회와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법정 신고 기한을 17시간 넘겨 신고한 점 △고객에게 사고 사실을 문자 대신 홈페이지 공지로만 안내한 점 △유심 교체 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7일 열린 'SKT 사이버 침해 사고'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며 공식으로 사과했다. 최 회장은 "사고 이후 소통과 대응이 부족했던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저를 포함한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통신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가 사실상 점유율을 독점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SK텔레콤에서 KT로 이동한 가입자는 14만8010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사용자는 11만4880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태는 속도나 요금이 아닌 '신뢰'의 문제로 번지며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제에 대한 구조적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제4 통신사 진입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코드모바일', 'KMI' 등이 2010년대 중반 사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망 구축 비용, 기존 3사의 견제, 정부의 미온적 태도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의 글로벌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파법 기술기준을 개정해 스타링크의 국내 서비스를 공식 허가했으며 통신 3사와 협력해 올해 상반기 상용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있다.
스타링크는 한국 내 단독 통신사업자로 등록이 까다로워 기존 국내 통신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유통망·고객센터 등 인프라를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 역시 스타링크를 재난망·공공망 대안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스타링크의 인터넷 서비스는 지구 저궤도(약 550km)에 수천 개의 소형 위성을 띄워 지상 기지국이나 광케이블 없이도 접속이 가능하다. 산간 지역이나 해상, 재난 상황 등 기존 통신망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 대체 통신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100여 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2월 기준 가입자는 500만명을 돌파했다.
보안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스타링크는 지상 통신망과 분리된 독립적 위성망을 기반으로 유심(SIM) 카드 없이 전용 단말기를 통해 위성과 직접 송수신하는 구조다. 기기 자체가 인증 수단이 되기 때문에 탈취나 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각 단말기에는 자체 암호화 키가 내장돼 있으며 위성과 연결될 때마다 일회성 암호화 절차(Ephemeral Key Exchange)를 거친다. 인증 정보가 중앙 서버에 저장되지 않아 외부 침입이나 트래픽 위조에도 강한 구조를 갖췄다. 통신은 기기-사용자-위성 간 3중 일치 기반으로 작동되며 어느 하나라도 불일치할 경우 즉시 차단된다. 이러한 복합적 구조는 클론 해킹뿐 아니라 중간자 공격(MITM), 인증 정보 재사용 등의 공격에도 매우 강한 저항력을 제공한다.
반면 가격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외 기준 단말기 가격은 40만~80만원대, 월 요금은 가정용 기준 11만원에서 프리미엄 기준 최대 72만원까지 책정돼 있으며 표준 요금은 약 16만원이다. 이는 국내 통신 3사의 평균 요금(약 6만5000원)과 비교해 다소 높은 편에 속한다.
이번 SKT 사태 이후 스타링크는 국내 시장 확대를 위한 새로운 요금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월 14만원에 500Mbps 속도를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최근에는 2Gbps급 고속 인터넷을 월 8만원에 제공하는 요금제가 논의 중이다. 이는 기존 통신사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를 유사한 가격에 제공하는 셈으로 소비자 반응에 따라 빠르게 입지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통신 3사의 과점 구조가 워낙 고착돼 있어 제4 통신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긍정적"이라며 "이번 SKT 사태처럼 불만이 고조된 시점에 보안에 강점을 둔 글로벌 서비스가 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스타링크는 가격이 다소 높고 해외 사업자인 만큼 고객 관리 측면에서 우려도 있어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 신뢰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