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한덕수 2차 담판 결렬···단일화 시기·방법에 또 신경전
1시간 만에 종료 입장차 여전 金 "뒤늦게 나타나 왜 청구서" 韓 "오늘 내일 단일화 결판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의 단일화 2차 회동이 8일 빈손으로 끝났다. 단일화 시점과 방법에선 전날에 이어 평행선을 달려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두 후보는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1시간가량 만나 단일화 속도와 방법 등을 논의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전날 회동과 달리 이날은 전체가 생중계됐다.
한 후보는 회동 초반부터 김 후보에게 당 경선 과정에서 한 신속한 단일화 약속을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한 후보는 "김 후보님은 단일화를 한다고 하시지만 일주일 뒤로 연기하고 하는 건 결국 '하기 싫다'는 뜻으로 느껴진다"며 "왜냐면 저희가 옛날에 외부에서 통상압력을 받을 때 딱 그렇게 했다. '방향은 개방이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이런 식으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후보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6일까지 18일 동안 22번이나 ‘한 후보와 단일화하겠다’ 말했다”라며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김 후보가 이날 오전 제시한 ‘14일 TV토론, 15~16일 여론조사’ 단일화 안에는 반대를 명확히 했다. 한 후보는 “일주일 뒤에 하자는 건 하지 말자는 얘기랑 똑같다”며 "제발 일주일 뒤라는 말씀하지 마시고 당장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하자. 왜 못하느냐"고 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 방침은 변함없다면서 한 후보가 입당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들어와 경선에 참여하는 게 옳지 않았나”라며 “왜 경선이 다 끝난 다음에 난데없이 나타나서 청구서를 내미나”라고 말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하자 없이 선출된 후보에 대해 이렇게 요구하는 경우는 전 세계 정당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빨리 단일화를 진행하자는 요청에 대해서도 "그럼 후보님은 왜 뒤늦게 나타나서 돈 다 내고 경선절차를 다 거친 제게 12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하라고 하시느냐"고 응수했다.
이에 한 후보는 “제가 어떻게 청구서를 내밀겠나”라고 손사래 치며 반박했다. 입당 요구에 대해선 "국민의힘에 왜 안들어오느냐고 하는건 정말 사소한 문제"라고 일축했다.
한 후보는 “만약 저로 단일화가 된다면 저는 국민의힘에 즉각 입당하겠다”고 밝혔지만 김 후보는 “(단일화가) 안 되면 안 들어오는 것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그는 김 후보가 “자기는 입당도 안 한 정당에서”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자기는’은 굉장히 비하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정당엔 당헌당규가 있고 대통령 선출에 대한 여러 절차와 규정이 있다"며 "저말고 같이 대통령 경선을 뛴 후보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해야할 판이다. 마치 우리를 들러리 세우려고 이렇게 했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후보님이 말씀하신 경선에 참여한 10명이 소송을 하겠다는 불만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쳐야한다. 제가 후보께 절대 청구서를 내밀거나 강요하는게 아니니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되자 한 후보는 “도저히 김 후보가 달리 생각하실 수 없다면 회의는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게 언론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김 후보도 이에 “좋다”고 답하면서 회동이 마무리됐다. 다만 두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듭 포옹했다.
이날 회동이 통행이 자유로운 야외 카페에서 이뤄지면서 두 후보가 앉은 테이블 주변으로 취재진과 캠프 관계자, 의원, 지지자들이 몰렸다.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상대방 후보를 향해 고성으로 항의하는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동 직후에도 신경전은 계속됐다. 김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께서 등록 마감될 때까지 단일화 안하면 후보등록 안하겠다고 했다”며 “이런 후보와 단일화 해야한다고 정당이 나서서 이 온갖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역사상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한 후보는 "전 지금도 낙관적"이라며 "단일화는 김 후보와 저 둘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추동력을 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가 어느 쪽으로 되든 김 후보를 열심히 제가 할 수 있는 한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