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빈틈 채운다"···보험사 품는 우리금융, 농협과 격차 벌릴까
생보 2개사 인수로 비은행 수익 다변화 시동 농협생명과 자산 비슷···기여도 최대 10% 전망 단기 순익 추격은 어려워도 중장기 판도 재편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품으며 ‘비은행 강화’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NH농협금융과의 순익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금융 인수 이후 보험 계열사의 당기순이익 기여도 자체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 안건소위원회는 최근 우리금융이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조건을 충족하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는 임종룡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취임과 함께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추진하고 합병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비은행 포트폴리오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금융의 연간 순이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한 비중은 무려 98.5%에 달했다. 사실상 '원(One)포트폴리오' 구조인 셈이다.
우리금융과 달리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비은행 기여도를 전년 대비 11%포인트 끌어올리며 15.7%를 기록했다. KB금융그룹은 KB손해보험과 KB증권 등 핵심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에 힘입어 연간 순익 비은행 기여도가 40%까지 증가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보험 계열사는 지주 전체 순익 견인에 기여하고 있다. KB손해보험과 신한라이프는 각 지주의 비은행 순익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신한은행에 비해 낮은 순익을 거뒀으나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으로 신한금융을 누르고 '리딩 지주'에 등극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져 KB금융은 1조6973억원, 신한금융은 1조4883억원의 당기순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을 성공적으로 흡수하고, 생보업의 건전성 및 자산운용 효율화를 꾀할 경우 향후 농협금융과의 순익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전체 연결 당기순이익은 약 2조8283억원으로 이 중 NH농협생명의 기여도는 8.76%(2461억원)로 집계됐다. 농협생명은 농협금융 비은행 계열사 중 순익 기여도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실적은 35.4% 확대됐다.
지난 2023년까지만 해도 농협생명의 이익 기여도는 7.2%에 그쳤지만 보험 손익 회복과 사업 구조조정 등에 힘입어 2023년에는 비중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생보사 한 곳만으로 이 정도의 성과를 낸 셈이다.
반면 우리금융은 현재 보험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연결 순이익은 3조862억원으로 여기에 동양생명(3142억원)과 ABL생명(1051억원)의 연간 순익을 단순 합산하면 4500억원가량의 순익이 추가된다.
이 경우 전체 순이익 중 생명보험 계열사의 기여도는 단순 계산으로 4.9% 수준에 이르지만 중기적으로 보험 부문 효율화를 통해 10% 전후 기여도로 끌어올리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NH농협생명 역시 초기에는 낮은 기여도를 보이다가 중장기 전략을 통해 8~9% 선까지 끌어올렸다.
동양·ABL생명의 자산규모는 각각 34조5775억원, 18조6651억원으로 양사가 통합될 경우 총자산은 53조2427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생명보험업계 5위인 NH농협생명(53조2536억원)과 맞먹는 자산규모다.
한편 우리금융이 보험사 두 곳의 인수를 통해 수익 기반을 넓힌다 해도 당장의 순이익 규모만 놓고 보면 '3위' 지주사인 하나금융을 따라잡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외환·IB·글로벌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금융에 비할 때 비은행 기여도도 높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인수가 단순한 외형 확장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은 단기 실적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전환의 첫걸음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다른 지주사도 보험사 인수 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기까지 평균 5년 이상 걸린 만큼 우리금융도 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이 미래 금융의 안정 수익원이 될 수 있는지는 원활한 흡수 이후 얼마나 빠르게 체질을 바꾸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