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주 칼럼] 트레이더조 미니 파스텔 토트백 대란 '명품백보다 빛나는 이유'

[허영주의 크리에이터 세상] 미국 식료품 체인점 트레이더조 독특한 마케팅전략 고객 방문 유도 미국 마트 넘어 문화적 아이콘 상징 명품백 현대 소비 문화의 아이러니

2025-05-08     허영주 크리에이터
요즘 미국 SNS를 보면 트레이더조 미니 파스텔 토트백이 넘쳐나고 있다. /허영주 크리에이터

요즘 미국 SNS를 보면 트레이더조 미니 파스텔 토트백이 넘쳐나고 있다. 인스타그램, 스레드, X에 구매 인증 글들이 쏟아지면서 또 하나의 유행이 만들어졌다. 필자는 처음 그 사진들을 보며 '예쁘긴 하네'라고 생각했을 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후 순수하게 식자재를 사러 아침 8시에 트레이더조를 찾았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건물을 감쌀 정도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필자도 그 줄에 합류했다. 알고 보니 이 긴 줄은 다름 아닌 트레이더조 미니 파스텔 토트백을 사려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었다.

줄을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필자는 가방 2개를 구매했다. 원래 신상 색상이 4가지였는데 필자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2개 색상이 매진된 상태였다. 그렇게 운 좋게 가방을 손에 넣었고 몇분 뒤 전량 매진되는 모습을 보았다.

흥미로운 건 그 후의 반응이었다. 이 가방을 들고 친구들을 만나자 모두가 놀라며 "어떻게 구했냐"고 물었다. 평소 필자가 명품 가방을 들고 갔을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던 이들이 트레이더조 가방에는 열광했다. 이것이 바로 '트레이더조 한정판 가방의 힘'이구나 싶었다.

트레이더조 로고 /트레이더조 홈페이지

트레이더조 그들은 누구인가?

트레이더조(Trader Joe's)는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식료품 체인점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 5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독특한 쇼핑 경험과 합리적인 가격, 친절한 서비스로 유명하다. 특히 각 매장마다 지역 특색을 반영한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으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트레이더조의 주요 고객층은 건강에 관심이 많고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20~40대다. 유기농 제품과 독특한 자체 브랜드 상품을 선호하며 덤으로 얻는 아늑한 쇼핑 경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주로 방문한다.

트레이더조 굿즈 왜 이렇게 유명할까?

트레이더조의 마케팅 전략은 독특하다. 그들은 대규모 광고 캠페인 대신 한정판 굿즈와 시즌 상품을 통해 고객들의 방문을 유도한다. 이번 미니 파스텔 토트백 역시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트레이더조 리미티드 에디션을 사려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부는 해외 온라인 마켓에서 더 높은 가격에 재판매하기 위함이고 또 일부는 그저 '희소성'이 주는 가치를 누리고 싶어서다. 사실 3달러에 불과한 이 에코백이 국내 리셀 시장에서는 5~10배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특별한 존재가 된 트레이더조

한국에서 트레이더조는 단순한 미국 마트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SNS의 영향력이 크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미국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인플루언서들이 '꼭 가봐야 할 곳' 리스트에 트레이더조를 빠짐없이 포함시켜 왔다. 이들이 소개하는 트레이더조의 독특한 상품들과 합리적인 가격은 한국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둘째, 한국에는 트레이더조와 같은 형태의 마트가 없다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한국의 대형 마트들이 상품 종류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반면 트레이더조는 엄선된 상품만을 판매하는 큐레이션 마켓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별점이 새로운 쇼핑 경험에 목마른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셋째, '해외 직구'와 '리셀' 문화의 확산도 트레이더조의 인기에 한몫했다. 트레이더조 제품을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오히려 그 가치를 높였고 트레이더조 굿즈는 일종의 '트로피'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더조가 한국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미국 여행 후 기념품이 사기 좋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간식류나 뷰티 제품 등이 '알뜰한 미국 여행자들의 필수 쇼핑템'으로 입소문을 타 유명해졌다. 그리고 지금 그 인기는 한정판 굿즈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품백보다 빛나는 트레이더조 토트백

트레이더조 미니 파스텔 토트백은 단순한 가방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얻기 힘든 것을 가졌다'는 상징이며 어디를 가나 주목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트레이더조 미니 파스텔 토트백이 명품백보다 더 큰 관심을 끄는 모임의 풍경은 현대 소비문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희소성과 트렌드가 만나면 명품조차 넘보지 못할 매력을 만들어낸다.

혹시 다음에 미국에 놀러 갈 기회가 있다면 트레이더조에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단 한정판 굿즈를 노린다면 아침 일찍 가서 줄을 서야 한다는 점 잊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당신도 명품백보다 빛나는 트레이더조 한정판 굿즈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여성경제신문 허영주 크리에이터 ourcy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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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주 크리에이터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기예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걸그룹 ‘더씨야’, ‘리얼걸프로젝트’와 배우 활동을 거쳐 현재는 팬덤 640만명을 보유한 글로벌 틱톡커 듀자매로 활동하고 있다. <2022콘텐츠가 전부다> 책을 썼고 현재 동서울대학교 엔터테인먼트 경영과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다재다능한 ‘슈퍼 멀티 포텐셜라이트’로서 여러 채널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설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평생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어 열정적으로 살아보기’를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