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133명 모두 모였다···하루 남은 12년 만의 콘클라베
최소 89명 지지 나올 때까지 투표 진행 정치적·지역적 다양성 높아···예측 난항 이동통신 7일 오후 3시부터 비활성화해
콘클라베에 참석하기 위해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 전원이 5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 이번 콘클라베는 지난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뒤 12년 만에 열린 것이다.
이날 교황청은 바티칸에서 열린 11차 추기경단 회의에선 추기경들이 "새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경계를 넘어 인도할 줄 아는 안내자이고 타 종교, 다양한 문화와 활발히 대화하고 관계를 쌓는 인물일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콘클라베를 앞두고 새 교황 선출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음을 내비친 것이다.
오는 7일 오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될 콘클라베는 추기경 선거인단의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은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될 때까지 계속된다. 첫날엔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각 저녁 11시) 한 번만 투표하고 이후엔 매일 오전과 오후 각 2번씩, 최대 4번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위에 설치된 굴뚝 연기 색깔을 통해 알 수 있다.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가 피어오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검은 연기가 올라온다. 이 과정을 반복해 다수표를 얻은 교황이 교황직 수락 동의를 하면 콘클라베는 종료된다.
콘클라베를 앞두고 추기경들의 이력과 활동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추기경이 참여할 것으로 기록될 이번 콘클라베는 5개 대륙 70여 개국에서 133명 선거인단이 모였다. 선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위 시절 추기경이 한 번도 배출되지 않은 국가 출신을 선발하는 등 서구에 편중된 추기경 구성을 다양화하는 노력을 기울였기에 이번 선거인단은 정치적·지역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에 결과 예측이 더욱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교황청 2인자인 이탈리아 출신의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피선거권자이자 동시에 콘클라베를 주재하는 파롤린 국무원장은 대다수 추기경이 서로를 잘 모르는 가운데 타협점을 찾을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가톨릭계에선 파롤린 국무원장이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필리핀) 등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유력 후보를 경계하고 가톨릭 교리의 규율을 강화하는 방향을 요구한다. 부부의 이혼과 동성애자 결혼, 여성 부제직 서품 등 개혁적 의제를 두고 전통주의자와 개혁주의자 사이 분열도 커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전쟁과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목회자 중 차기 교황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자 전쟁 발발 한 달 전인 2023년 9월 추기경으로 선발된 예루살렘의 피에르 바티스타 피자발라 라틴 총대주교는 끝까지 가자지구에 남아 교구를 돌보며 참상을 알렸다. 콩고민주공화국(DRC) 출신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은 내전 중인 콩고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인물이다. 또 아시아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으로 선출된 유흥식 추기경도 차기 교황 후보군에 포함됐다.
교황 선출 과정의 모든 내용을 비밀로 지킨다는 비밀 엄수 서약을 한 추기경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투표를 진행한다. 교황청은 콘클라베 첫 투표를 진행하기 한 시간 반 전부터 바티칸 시국 안에 설치된 휴대전화 통신 신호 전송 시스템을 비활성화하기로 하는 등 보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FP 등에 따르면 바티칸 시국 주정부 총재 사무국은 바티칸 영토 내 모든 이동통신 신호 전송 시스템을 7일 오후 3시부터 비활성화할 예정이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