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진통 앓는 SKT···정치권 압박에도 "검토 필요"만 반복

유심 교체 지연으로 불만 쇄도 귀책 사유 인정엔 유보적 태도 시장 점유율 40% 선 무너질까

2025-05-06     김민 기자
지난 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내 SKT 부스에서 여행객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SKT가 해킹 사태로 인한 진통을 여전히 앓고 있다. 유심 교체에 속도가 붙지 않아 이용자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건 물론 정치권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KT는 귀책 사유 인정엔 "검토가 필요하다"라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SKT는 6일 서울 중구 삼화 타워에서 진행한 일일 브리핑에서 SKT 가입자 2300만명과 SKT 망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 200만명 가운데 해외 로밍을 써야해 서비스에 자동 가입하기 어려운 이들을 제외하면 7일까지 대부분 가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킹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 수는 이날 오전 기준 2411만명이다.

하지만 유심 교체 완료 인원은 지난 4일부터 하루 3~4만명으로 정체되면서 이날 오전 기준 104만명에 그쳤다. 전국 2600개 T월드 매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하루 20만개 정도여서 이달 중순 이후 유심 물량이 늘어난다 해도 예약자(770만명 정도)들의 전원 변경에 한 달 반은 걸리는 상황이다. 이에 온라인상에는 유심 교체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 섞인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기기에서 유심 비밀번호를 설정한 상태에서 유심을 바꿔 끼웠다가 불편을 겪은 사례도 나왔다. 유심 불법 복제 우려가 확산하면서 일부 이용자들이 해당 기능을 설정했다가 휴대폰이 잠겨버린 것이다. 김희섭 SKT PR센터장은 "유심보호서비스와는 별개로 단말기에서 사용을 제한하는 기능인데 이전에는 1년에 1~2건 정도로 드문 사례여서 안내가 미흡했던 부분"이라며 "대리점을 방문하면 조치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SKT는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정치권은 오는 8일 SKT 청문회를 앞두고 위약금 면제 관련 회사 측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KT가 이미 2015년 고객 귀책 여부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위약금을 부과하는 약관을 운영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고 시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논란이 되면서 현재의 '회사 귀책 사유로 인해 해지하는 경우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라는 조항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SKT의 책임 회피는 그대로"라면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뼈를 깎는 결단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SKT는 "검토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법적 검토만이 아니라 유통망, 고객 반응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서 계속 논의 중"이라며 "정해지는 대로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SKT가 이런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는 귀책 사유를 인정할 경우 향후 재무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SKT가 반 년 전만 해도 정부의 정보보호 관리 체계 인증 심사를 잇달아 통과한 점이 드러나며 관련 제도 개선 논의도 나왔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SKT는 지난해 정부의 정보보호 관리 체계 인증(ISMS)과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 체계 인증(ISMS-P)을 받았다. 이 의원은 "정부의 정보보호 인증 제도가 기업의 보안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SKT 해킹 사태로 드러났다"라며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류정환 SKT 네트워크 인프라 센터장은 "인증을 받고도 사고가 나서 죄송하다"라며 "사고 조사 결과 보완 사항이 나오면 보다 안전한 네트워크를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SKT는 전날부터 직영·대리점에서 신규 가입 및 번호 이동 모집을 중단했다. 통신 3사를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에서도 SKT 신규 고객 유치가 평상시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이탈자 규모는 전날 기준 1만3745명으로 규모가 축소된 상태지만 사태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SKT의 시장 점유율 40% 선이 조만간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